"정훈이가 V 내막 터뜨리면 핵폭탄"...해병대 지휘부, 윤석열 지키려 부하 모함'채상병 사건' 김계환 "'VIP 격노' 모른다" 부인했지만.. 이종섭 통화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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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연합뉴스
대통령의 '격노'를 은폐하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방부 장관과 해병대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3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야 통화 녹취가 확보되면서 외압의 진실이 드러났다.
10일 'JTBC'에 따르면 2023년 8월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인 'VIP 격노설'을 두고 해병대사령관과 방첩부대장은 "정훈이가 V 내막을 폭로하면 핵폭탄"이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로 했다. 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일체 V 언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녹취를 통해 확인했다.
그동안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등 군 지휘부는 법정과 국회에서 'VIP 격노' 발언은 없었다고 수차례 전면 부인해 왔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2024년 10월 채 상병 순직 한 달여 뒤엔 군검찰에 출석해 "VIP라는 언급 자체를 한 적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군검찰 출석 불과 열흘 전 문연철 당시 해병대사령부 방첩부대장과 통화에선 'VIP 격노'를 전제로 대화하면서 박정훈 단장이 폭로를 한다면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겠다고 모의했다.
특검이 포렌식으로 확보한 통화 녹취록을 통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그 지시를 받은 김계환 전 사령관, 문연철 전 부대장과 그 직속상관인 황유성 당시 방첩부대장, 이들이 모두 조직적으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격노를 은폐하고 거짓말한 것이 드러났다.
문연철 전 부대장이 "정훈이가 V, 이런 내막을 알고 있다는게 중요하다"라면서 "그 빅카드를 언제 쓸지가 문제"라고 말하자 김 전 사령관은 "그걸 어떻게 쓸 것 같냐"라고 묻는다. 문 전 부대장이 "쓴다면 핵폭탄"이라고 경고하자 "근거가 없다고 하면 어떡하겠냐"라고 김 전 사령관이 답한다. 특히 김 전 사령관은 박정훈 전 단장을 향해 "이 XX, 녹음 파일이 하나도 없다"라며 안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단장에게 녹음 파일이 없으니 자신들이 입을 맞추면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맹신한 것이다.
문 전 부대장이 "방첩사에서 V 일체 언급하지 말고, 있는 것도 오늘부로 다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말하자, 김 전 사령관 역시 "나도 아까 장관님에게 지시 받은 걸 내가 지시한 걸로 얘기했다"라고 화답한다. 통화 다음 날 두 사람은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을 외부 참치집으로 따로 불러내 "기자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고 다니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킨 사실도 특검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러한 군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와 입맞춤은 재판 과정에서도 태연히 자행됐다.
녹취록은 김계환 전 사령관이 휴대전화에서 지웠던 걸, 공수처가 포렌식으로 복원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해, 조사 과정에서 녹음 파일이 다 나왔다는 걸 알고난 뒤에야 '격노를 어딘가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만 인정했다. 이번 녹취가 나오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VIP 격노' 관련 직접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김계환 전 사령관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해당 녹취가 법정에 제출되면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해병대 지휘관뿐만 아니라 당시 군검사들도 박 전 단장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군검사들은 영장 청구서에 "대통령 격노설은 박정훈의 망상에 불과하다"라고 적시했다. 위로는 국방부장관에서부터 하부 조직까지 똘똘 뭉쳐 진실을 말하는 박 전 단장을 '망상가'로 낙인찍으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차 종합특검은 지난 8월 7일 부하이자 동료인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모함한 황유성 전 방첩사령관과 방첩사 소속 해병대 파견부대장이던 문연철 대령의 행위가 방첩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황 전 사령관과 문 대령이 'VIP 격노' 논란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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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황유성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에 마련된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