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북·중·러', 작아지는 '한·미'’. 자못 심각하게 읽힐 제목을 들고 광주민주항쟁 왜곡에 빛나는 김대중 씨가 돌아왔다. 제목을 놓고 했을 헛된 고뇌의 흔적이 읽힌다. 김 씨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잔재주를 부렸다. ‘맥도날드 평화론’이란 구닥다리 가설을 끌어대며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늘어놓았다.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서 토머스 프리드먼이 내세웠던 ‘맥도날드 평화론’은 같은 해 일어난 코소보 전쟁으로 보기 좋게 부정당했다. 프리드먼은 그 후에 ‘델 이론’을 들고나와 어찌 수습해 보려 했지만 이조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갓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이 입증되었다. 이런 한물간 이론을 끌어 쓰는 김 씨가 왠지 안쓰럽다.
김 씨는 친미 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에 대해 우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미이고 반미는 곧 친중이라는 기이한 사고방식으로 무장되어 있다. 한마디로 노예 의식에 찌든 구시대적 인물인 셈이다. 자주독립 국가가 스스로 입장을 가지는 것이 우방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애초에 둘 사이는 우방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방이니 혈맹이니 동맹이니 하는 말은 서로 존중하는 바탕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만일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동맹은 애초 동맹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고 어쩌면 종속이나 상하 관계였음이 틀림없다.
김 씨는 이재명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낙인찍고 있다. 그가 현 정부를 어떻게 부를지는 그야말로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방가조선일보가 근거 없는 색깔론을 통해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선동에 몰두하고 있으니 문제다. 김 씨는 작년에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라는 칼럼을 통해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방가조선일보의 하수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내란몰이’라는 말로 공공연히 내란 세력을 부추겼다. 어쩌면 김씨는 윤석열의 내란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좌파라고 부르고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지도 모른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광적인 세력의 원조라고나 할까?
김 씨는 ‘커지는 '북·중·러'’라며 마치 그것이 임박한 위협이라도 되는 듯 수선을 피운다. 미국이 이란 침략 전쟁에서 볼품없이 물러난 상황이다. 워낙 예측이 불가능한 미치광이 트럼프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북미 회담을 수용할 듯하다가도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보였듯 침략 전쟁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북·중·러‘가 뭉쳐있는 것이 전쟁 위험을 줄이는 요소가 되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적어도 그들은 당장 상대를 침략할 뜻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작아지는 '한·미'’라는 그럴듯한 수사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을 위한 대북 유화정책을 ‘미명’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과연 전쟁 선동세력의 졸개답다. 최근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의 잇따른 망언으로 대한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특히 대한민국을 ‘항공모함’ ‘단검’ 등으로 지칭하며 대중국 전쟁 소모품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점은 용서할 수 없다. 점령군의 사령관이나 총독처럼 행세하는 그를 보며 믿을 것은 자주국방뿐이며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국민의 그런 뜻을 받들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만방에 과시하는 것이다.
검은 머리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연이은 공격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조장하는 미국은 진실한 동맹도 우방도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미셸 스틸이 차기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되었다는 사실도 이런 의구심을 더하게 한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희생양이 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전쟁을 무릅쓰며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들러리 역할을 하다가 온갖 재앙을 뒤집어쓰는 어리석음은 용납할 수 없다.
'북·중·러‘의 동맹이 김 씨가 우려하는 바처럼 그렇게 탄탄하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 나라가 설령 동맹 관계라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인 라이벌로 묘한 역학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북이 두 나라의 연결고리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많다. 최근 우리를 대한민국이라며 제3국으로 대하려는 북의 움직임을 볼 때 함부로 군사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공격을 위한 동맹이라기보다는 수비를 우선한 협력 관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악한 김 씨가 일본은 쏙 뺐지만 ’한·미·일‘의 관계는 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언제라도 대중국 전쟁을 위한 전진 기지로 사용할 수 있음을 공언해 오고 있다. 동맹 현대화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명‘으로 주한미군의 목적을 중국 견제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가 한국의 의지가 거의 반영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른바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를 꿈꾸고 있는 일본도 경계 대상이다.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김 씨는 우리 정부가 평화를 추구하려는 정책이 북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강변한다. 우리가 자주국방의 태세를 갖추는 것 역시 잘못된 신호라는 발상도 해괴망측하다. 남북 사이의 제반 조건을 고려할 때 북이 전쟁을 일으키리라 상상하기 어렵다. 윤석열이 무인기 침투를 통해 자극했을 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이다. 마치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일어나야 한다는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대중 씨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씨는 불균형 상태에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우리가 전작권 회수를 통해 자주국방의 태세를 확립하면 불균형 상태가 된다는 고약한 논리다. 하지만 그의 착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아직도 한반도에 전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는 김 씨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평양에 맥도날드가 입점한다면 또 모를까‘로 앙증맞게(?) 자신의 글을 마무리한다. 시한부 생명을 다한 ’맥도날드 평화론‘에 집착하는 그에게 들려줄 말을 찾기가 어렵다.
2026년 6월 10일에 유럽외교협회(ECFR)가 미국에 대한 유럽인의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동맹으로 여기는 응답자는 11%에 그치고 25%는 경쟁자나 적대국으로 보았다. 이란과의 MOU 내용도 트럼프의 허풍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파괴에는 승리했으나 외교에는 참패를 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패권국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는 해체 조짐이 뚜렷하다. 옥스퍼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2026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가 발표되었다. 방가조선일보와 TV조선이 나란히 불신도 34%로 2위를 멀찌감치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021년 이래 꾸준히 지속되는 현상이다. 새삼스럽게 방상훈씨와 김대중씨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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