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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저널 단독]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도발 유도 시나리오 실체

정보사, 한국대학생포럼-어버이연합 내세워 도발 유도

선데이저널 | 기사입력 2026/02/14 [12:02]

[선데이저널 단독]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도발 유도 시나리오 실체

정보사, 한국대학생포럼-어버이연합 내세워 도발 유도

선데이저널 | 입력 : 2026/02/14 [12:02]
 
█ 무인기 날렸다 주장 인물, 국정원과 정보사 현금 지원
█ 민간의 탈을 쓴 군 정보기관이 여전히 전쟁 도발 유도
█ 정부 통제 벗어난 ‘그림자 조직’…무인기 기술자금지원
█ 정보사, 한국대학생포럼-어버이연합 내세워 도발 유도

최근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던 군 당국의 침묵 뒤에는, 민간인 협조자를 내세워 정밀하게 설계된 ‘도발 유도’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현 정부의 공식 라인을 우회하여 군 내부와 정보기관에 뿌리 깊게 박힌 이른바 ‘호전 세력’이 민간 단체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며 대북 공작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가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과 관련해 민간인 피의자들이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로부터 무인기 제작 활동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은 대학원생 출신의 오 모 씨다. 그는 스스로 “내가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그의 배경을 파헤칠수록 단순한 ‘개인의 돌발 행동’과는 거리가 먼 단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오 씨는 2015년부터 보수 성향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에서 활동했고, 2018년에는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과거 극우단체 ‘어버이연합’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단체다.

뿐만 아니라 오 씨는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실에서 언론 모니터링 업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즉 보수단체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실과의 연관성도 확인된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가 운영하던 위장 회사와 언론사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요원들로부터 지속적인 자금 지원과 기술 자문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군경합동조사 TF의 수사 과정에서 정보사 요원들이 오 씨에게 매달 ‘활동비’ 명목의 현금을 지급하고, 무인기 침투 경로와 기술적 사안을 논의한 정황이 확인됐다. 오 씨는 정보사 요원인 김 모 소령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NK모니터’와 ‘글로벌인사이트’라는 언론사 두 곳을 운영했다. 실제로 이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오 씨가 발행인(대표)으로 기재되어 있다.

더욱이 오 씨는 국가정보원과도 금전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가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시점 전후 국가정보원 직원 8급 A씨는 수백만 원대 금전거래가 있었다. A씨는 조사에서 “오 씨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관계”라며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고 무인기 대북 침투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참 어린 8급 직원이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 결과를 공개하며 사건 연계성을 부인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A씨는 2022년부터 2026년 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10만-200만 원씩 505만 원을 오 씨에게 빌려줬고 이 가운데 365만 원을 돌려받아 140만 원이 미회수 상태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당 자금은 전액 사비로 A 씨는 정보 수집·작성·배포 업무나 예산 집행 권한이 없는 지원 부서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무인기 부품 어디 사라졌나?

<선데이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군경합동조사TF가 피의자로 입건한 장모씨가 만든 것으로, 군경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북한 침투 무인기와 동일 기종으로 추정된다. 11월 추락 사건을 조사한 국군방첩사령부와 경찰은 기체가 북한의 무인기와 색상·무늬 등이 유사하지만 장 씨에게 대공 용의점은 없다고 판단했다. 무인기의 비행경로를 알 수 있는 부품이 한꺼번에 사라져 추적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터리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아 사용량을 토대로 이동 거리를 추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경량 무인기를 시험 삼아 날려봤다’는 장 씨의 진술에, 경찰은 미신고 비행 혐의만 적용해 그를 검찰로 넘기고 기체는 반환했다. 하지만 추락 기체에서 사라진 부품들은 무게나 부피, 부착 위치가 각각 달라 추락 충격으로 동시에 소실됐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일부 무인기 전문가의 지적이다. 게다가 장씨는 무인기를 날린 시점을 그해 8월 하순으로 진술했다. 기체가 발견된 이포보 인근은 보행로가 있어 인적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날개 1.8m·몸통 1m에 이르는 무인기가 두 달 넘게 눈에 띄지 않았다 발견됐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군경 TF는 장 씨가 그간 만든 무인기들의 이동 경로와 비행 목적 등을 함께 살펴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장 씨가 무인기를 개조한 장소로 추정되는 사립대 공대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수사관들이 흰 천에 싸인 거대한 압수물을 차량에 싣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TF는 오 씨와 함께 입건된 무인기 제작업체 대표 장 모 씨, 업체의 대북 업무 담당 김 모 씨 외 추가 관여자가 있는지도 추적 하고 있다.

인천 강화군 일대 CCTV분석 과정에서 확인된 민간인 B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는 오 씨와 군 정보기관 인력의 접촉 경위로도 확장되는 흐름이다. 국군정보사령부는 최근 국회 비공식 보고에서 오 씨가 민간 협조자였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제공된 금전과 이번 무인기 침투 사건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무인기 도발 데자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제기되었던 ‘무인기 도발 유도’ 의혹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에도 정부는 북한 무인기의 침투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측 무인기를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당시 군 내부에서는 “북한의 대응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해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한 비행을 지시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번 사건 역시 동일한 궤적을 그리지만, 한층 더 교묘해졌다. 과거에는 군이 직접 무인기를 운용해 법적·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민간 단체 지원’이라는 형식을 빌려 책임 소지를 완전히 차단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아웃소싱 된 도발’이다. 민간이 주도한 것처럼 꾸며 북한의 보복 명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남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강경 대북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이다.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이러한 공작은 군 지휘부의 공식적인 명령 체계 밖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보사 및 방첩사령부 내 일부 강경파, 이른바 ‘호전 세력’이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대북 공작’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내란 및 안보 관련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의 도발이 없으면 안보 예산과 조직의 위상이 줄어든다”는 비뚤어진 확신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평화는 곧 위기였고, 긴장은 곧 기회였다. 오 씨와 같은 민간인들은 이들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 본지 기자와 만나 인터뷰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진정한 애국자’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국가 시스템을 위협하는 ‘그림자 조직’이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조차 모르는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민간인을 앞세운 도발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이미 확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민간인을 앞세운 무인기 도발은 단순한 대북 심리전을 넘어선다. 만약 북한이 이를 군사 도발로 간주해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가했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접경지역 주민과 국민 전체의 몫이 된다.

국가 안보 위협하는 중대 범죄

무인기를 통해 북한을 도발하려 했다고 의심받는 윤석열 정부,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실행한 군, 군 납품용 무인기를 제조하려고 했던 에스텔엔지니어링… 그리고 오 씨는 이들 모두와 연결고리가 있는 아주 특수한 인물이다. ‘단순 호기심’으로 개성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그의 주장이 매우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군경 합동 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제는 ‘안보’라는 성역 뒤에 숨어 남북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호전 세력’의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 군 정보기관의 예산 집행과 작전 계획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감시와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한반도는 이들이 던지는 주사위에 의해 언제든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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