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삭제 문건 복구...박성재 지시 뒤 '계엄 체포 3600명 수용 가능’"정치인 등 구금 수용 공간 점검"...박성재 "합수부에 검사 파견 검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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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6월 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14일 오전 열리는 가운데 비상계엄 이후 삭제된 문건의 내용이 충격적이다.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신용해 교정본부장에게 전화해 구치소 수용공간 확보 지시와 수도권 구치소에 계엄 관련자 3,600명 추가 수용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앞서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박 전 장관 지시 이후 작성됐다가 삭제된 해당 문건을 복구했다.
박 전 장관 쪽은 지시는 했지만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에 수반되는 법무부 일반 업무이거나 사회 혼란에 대비하려는 조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전 박 전 장관의 계엄 관련 발언을 찾아보면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검이 박 전 장관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교정본부에 구치소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하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는 출국금지 업무 인원을 대기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 실·국장 회의 전 당시 임세진 검찰과장, 배상업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 본부장, 심우정 검찰총장과 연쇄 통화했다.
특검팀은 이 맥락에서 정치인 등 주요 체포 대상자 출국금지 준비 지시(배상업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통화), 체포 대상자와 포고령 위반자를 수용할 공간 점검 및 확보 지시(신용해 교정본부장과 통화) 등이 연쇄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본다. 계엄사 합수부는 반국가세력, 부정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로 돼 있었다. 또 체포 대상자들의 출국금지 조치를 위해 출입국 업무 담당자들을 대기시켰다고 의심한다.
박 전 장관 쪽은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내용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을 해제하는 유일한 길인 국회 의결을 원천봉쇄한 것인데,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교정본부장 등과 통화할 때나 법무부 실·국장 회의 때는 이런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에 따른 통상적 업무 지시만 했기 때문에 자신을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내일(14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는 이런 변론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지 않았다는 박 전 장관 주장은, 오로지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에 근거해 계엄 업무를 지시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윤 전 대통령은 전국에 생방송 된 담화문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감사원장·장관·검사 탄핵, 검찰 예산 삭감 등을 거론한 뒤 “이는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이자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기도”라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란 획책→비상계엄 선포→민주당 척결’이라는 비상식적 3단 논법이다. 박 전 장관 주장대로라면 야당 정치인을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목적에 따라 척결 업무(체포·구금) 준비를 지시한 것이 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을 헌법과 계엄법이 아닌 음모와 망상에 근거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석열의 자백’으로 받아들였다. 윤 전 대통령은 뒤늦게 헌법재판소에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발뺌하며 담화문의 늪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탄핵을 피할 수 없었다. 박 전 장관 역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피하려다 더 큰 불법을 밟는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박성재 전 장관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문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 질문에 “내 코가 석 자”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구속될 걸 직감하고 있었던 모양새다.
조국 의원이 “곧 퇴임하실 건데 퇴직하시고 난 뒤에 본인이 모셨던, 본인을 장관으로 만들어줬던 윤석열씨 변호인단에 합류할 겁니까?”라고 묻자 박 전 장관은 “제 코가 석자입니다"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영장 청구하는 데 있어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고 본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의심되는 등 여러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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