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90일 동안 외환죄 수사는 지지부진 상태
특검 내 검사조차 “혐의 입증은 어렵다” 반대의견
내란보다 더 중범죄인 외환죄 여부 반드시 밝혀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석열을 향한 ‘외환 혐의’의 칼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혐의는 단순한 권력 남용을 넘어, 군 통수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려 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반국가적 범죄 의혹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외환 혐의 수사는 내란죄 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거나, 핵심인 ‘외환 유치죄’ 대신 ‘일반이적죄’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특검은 이 중대한 의혹의 수사를 기술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파장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인가? 북한군 도발을 유도해 전쟁을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을 처음 보도한 <선데이저널>이 특검 수사의 난맥상을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의 외환 혐의는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특검은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무마하고, 이를 정당화 할 명분을 얻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은 지난해 10월 드론작전사령부가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유발할 목적으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의혹이다.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이 이 작전을 인지하고 심지어 상황을 즐겼다는 취지의 현역 장교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
‘외환유치죄’ 대신 ‘일반이적죄’로 선회?
당시 침투한 무인기는 전단 살포용이 아니었음에도 전단통을 부착해 비행 안정성이 떨어졌고, 결국 2대가 추락해 군사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키웠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은 이 작전이 ‘정상적인 군사 활동’이 아닌, ‘실패를 전제한 위험한 도박’이었음을 시사한다. 본지도 보도했듯이 무인기 자체가 소음이 너무 커서 이는 일부로 발각되기 위해 보내는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한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특검은 이 외환 행위가 단순한 군사 범죄가 아니라, 비상계엄을 성공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보고 있다. 즉, 내란죄의 목적 실현을 위해 외환 혐의를 동반했다는 판단 아래, 두 범죄를 긴밀하게 연결하여 수사하고 있다.
외환죄는 미수여도 중죄
형법상 외환죄는 국가의 대외적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 법정형이 내란죄와 함께 가장 무겁다. 이 중 외환유치죄(형법 제92조)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정도로 강력하게 규정된다. 특히, 이 죄는 미수, 예비, 음모 단계부터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도발을 유도하려 했던 의도와 행위의 중대성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이 외환 혐의 수사를 본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혐의인 외환유치죄 대신 법정형이 낮은 일반이적죄를 영장에 적시한 배경에는 국내 형법과 헌법이 충돌하는 법리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외환유치죄가 성립하려면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에 대해 전쟁을 일으키게 했거나 ‘항적’(抗敵)해야 한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외환죄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법조계에서도 ‘잠자는 조항’으로 불린다. 특검 내부에서도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조은석 특검팀은 초반부터 “외환죄를 법적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입증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부터가 난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영장 청구 과정에서도 외환죄는 빠지고 내란·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만 기재됐다. 특검 한 간부는 기자들에게 “외환죄는 아직 법리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결국 ‘적용 가능하지만 증명 불가능한’ 죄목이 돼버린 셈이다.
결국 특검은 법리적 난관을 우회하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이적죄는 ‘통모’ 요건 없이도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행위”만 입증하면 처벌할 수 있다. 특검은 무인기 침투 작전 자체가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을 극도로 높이고, 추락한 무인기로 인해 군사 정보가 북한에 유출되어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환유치죄의 ‘통모’보다 입증 난이도가 훨씬 낮다. 그러나 일반이적죄는 외환유치죄(사형/무기징역)에 비해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아, 죄질의 중대성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곧 ‘수사를 안 하는 것’은 아니나, ‘가장 중한 죄를 묻지 못하는’ 한계로 비춰질 수 있다.
외환죄 입증의 또 다른 걸림돌은 증거다. 특검은 무인기 계획과 관련해 국방부, 합참,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군 보안 규정을 이유로 자료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 일부 문건은 ‘군사기밀보호법’ 적용을 받는 1급 비밀로 분류돼 열람이 제한됐다. 또, 외국 방산업체와의 기술 협력 내역은 대부분 해외 법인 간 계약 형태로 체결돼 있어, 국내 수사기관이 직접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외교 절차만 최소 몇 달이 걸린다.
‘국가반역죄’ 특검의 딜레마
외환죄는 단순한 형사범죄를 넘어선다. 적용되는 순간 ‘국가반역’이라는 정치적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외국 세력과 공모해 자국 내 위기를 조성했다는 시나리오는, 보수 진영에겐 ‘정치 보복’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검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선 “외환죄를 정식 기소할 경우 외교적 파장까지 예상된다”며 “증거 불충분 상태에서 섣불리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올 경우, 특검의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본국의 보수 언론 일부는 ‘외환죄 확대 수사’가 “특검의 정치적 의도”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은 “외환죄를 빼놓은 건 봐주기 수사”라며 특검을 압박한다. 이처럼 수사팀은 양쪽의 압력 속에서 법리·정치·여론이라는 삼중의 난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내란 특검이 출범하기 전, 외환 혐의는 기존 검찰과 경찰에 고발된 상태였으나, 현저히 느린 속도로 수사가 진행되었다. 특히, ‘살아있는 권력’수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컸던 검찰은 외환 혐의를 기소의 핵심 혐의로 삼는 것에 극도로 소극적이었다. 검찰은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장에서 외환 혐의와 관련된 정황(예: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수사기관이 ‘내란죄’의 프레임에 갇혀 ‘외환죄’ 수사에 의도적으로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윤석열의 외환 혐의 수사는 ‘할 수 있는데 안 했던’ 과거 수사 기관의 태업 논란과 ‘법리적으로 가장 어렵기 때문에 못 하고 있는’ 현재 특검의 딜레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검 내부에서도 ‘외환죄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쪽은 “외환죄야말로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강행을 주장한다. 비상계엄 시도와 무인기 작전의 공통점이 ‘가상의 안보 위기 조성’이라는 점에서, 외국 세력 개입 정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외환죄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다른 쪽은 “법리적 리스크가 크다”며 신중론을 편다. 실제로 검찰 출신 실무진 상당수는 “외환죄로 유죄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며 내란죄 중심의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검은 ‘외환죄는 유지하되, 후순위로 밀어두는’ 절충안을 택했다. 법리적으로는 열어두되, 실제 기소 시점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 해소와 사법 정의의 실현을 위해 특검은 일반이적죄 수사에 전력을 다해 ‘전쟁 유발 공작’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군 통수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도구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역사적 기록이 될 것이다.
특검이 외환 혐의의 입증에 성공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중대한 판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외환 혐의 수사의 최종 결과가 내란 특검의 성패이자, 대한민국의 사법 독립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