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선거 및 경찰인사에 개입하며 각종이권에 연루 의혹
■ 대통령실 출신 동해경찰서장을 수족처럼 부리며 호가호위
■ KH그룹 팔 비틀어서 알펜시아 골프장 헐값매각 개입의혹
■ 히로뽕 맞고 구속된 아들에 이어 아버지까지 구속 초읽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특검 수사에서 구속됐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해 법원이 9월 16일 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대 특검 체제 출범 이후 첫 현역의원 구속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전체에 파장이 번지고 있다. 권 의원은 본지가 윤석열 정권 초반부터 지목했던 최고 실세 중 하나로 그에 대한 단죄는 이제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지가 지목한 또 하나의 실세는 경찰 인사를 쥐락펴락한 이철규 의원이다.
강원도 강릉과 동해를 기반으로 한 두 사람은 윤석열의 스폰서 황하영을 고리로 윤석열 부부와 한 패가 되어 지난 2년 반 호가호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한 축인 권 의원이 구속되면서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철규 의원을 향한다. 본지도 몇 차례 보도했지만 이 의원과 관련해 규명해야 할 의혹들은 차고 넘친다. 일단 경찰 수뇌부가 연결되어 있는 채상병 특검은 물론이고, KH그룹이 매각한 알펜시아 골프장 인수 과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본지 취재 결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관련 의혹 역시 사정 기관들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권성동 의원의 구속은 그 자체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사팀은 권 의원이 통일교 전직 세계본부장 등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수수했다고 의심해왔다. 법원은 장시간의 영장심문 끝에 증거인멸 가능성을 인정했고, 권 의원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특검 역사상 불체포특권이 있는 현역의원이 구속된 첫 사례라는 점도 기록됐다. 이번 구속으로 통일교와 정치권 간 연결고리를 규명하려는 특검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 의원 사건의 후폭풍은 곧장 같은 당 핵심 인사 이철규 의원을 향하고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은 지난 7월 18일 이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구명 로비’ 관련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규 향하는 수사의 칼날
이 의원의 법적 지위는 ‘참고인’이지만, 수사가 그의 주변 통신·접촉 기록으로 확장되면서 정치적 부담은 가중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해병대원 사망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대통령실과 국방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사를 담당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당시 이철규 의원이 임 전 사단장을 “사단장만 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압수수색 직후 “통화기록 한 번 있다고 무자비하게 한다”며 “정치 특검의 전형적인 망신 주기”라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임 전 사단장 관련 통화는 누구와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경찰 핵심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의원 역시 언제든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경찰 실세인 박종현 총경이나 정해영 동해경찰서장 등을 수족처럼 부리며 경찰 인사는 물론이고 업무 곳곳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지난 정권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다. 본지가 지난 4월 보도했듯 이철규는 대통령실 심복을 통해 경찰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철규는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으로 정보 업무에 밝고, 경찰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후배들을 잘 챙긴다. 이철규는 황하영 사장의 사위 이 모 경감을 통해서 김건희 여사와 코드를 맞췄다고 한다.
尹 스폰서 황하영과 경찰 인사 좌지우지
황하영은 본지가 처음 공개한 윤석열의 오랜 스폰서다. 동해와 강릉 등에서 활동하며 그곳에 발령이 난 검찰과 경찰과 두루 친하게 지냈다. 윤석열과 알게 된 것도 윤석열이 초임 시절 강릉에서 일하면서다. 이철규 의원은 동해가 지역구인 의원이다. 본디 이철규는 윤석열과 잘 몰랐으나 황하영과 잠실의 한 역술인을 통해 윤석열에게 줄을 댔다.
황하영 사장의 사위 이모씨는 인사 당시 경찰청 본청 정보국에서 일했는데 경위에서 경감으로 승진했다. 경감은 총경으로 승진하기 위한 바로 전 단계다. 아주 높은 계급이라고 할 수 없지만 경찰은 경위부터를 간부급으로 본다. 경찰은 위로 올라갈수록 승진이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인만큼 경위-경감-경정-총경 인사에서 일년 먼저 승진하느냐 마느냐는 다음 인사와도 큰 연관이 있다.
이 모씨는 윤석열 정부 첫 인사에서 한 차례의 누락도 없이 바로 승진하면서 윤석열 정권 내에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단추를 잘 꼈다. 게다가 그는 정권이 들어섬과 동시에 전국 경찰들의 정보가 모이는 경찰청 정보국으로 발령이 났다. 자연스럽게 경찰청 내에서는 이모씨가 정권 실세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났고,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승진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이것이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뒷말이 나온 것 자체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 씨에게 줄을 대면 이철규 의원이나 김건희 여사에게 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란 소문까지 퍼진 상황이다. 특히 이 씨가 황 사장의 사위이며, 황 사장의 자녀 혹은 사위들이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등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철규는 매년 말 있는 경찰 인사 때마다 인사 관련 잡음이 일었고,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승진이 불가능하단 말이 파다했다.
경찰인사 전체를 쥐락펴락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만해도 아들의 마약 사건을 감히 수사하거나 공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그런데 12월 윤석열이 계엄이란 헛짓거리를 통해 자폭하면서 정권실세가 하나 둘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은 9월 16일,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KH그룹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하며 권성동·이철규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해쳤다는 취지다. 이에 이철규 의원은 “KH그룹 수사무마 의혹은 거짓”이라며 관련 제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고, “만약 사실이라면 정계 은퇴”까지 거론했다. 그는 KH그룹 전 임원 등과의 일면식·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공방은 형사절차와 국회 청문·증언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본국의 법조계 안팎에서는 알펜시아가 강원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강원을 기반으로 하는 이철규 의원의 영향력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됐을 가능성이 무게가 실린다. 아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역시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그의 아들은 합성 대마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512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공범인 아내 임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중독 치료강의 수강, 173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아들 마약검사에 직간접 영향력
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의 반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이 사실이 공개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시선이 많다. 또한 처음 경찰이 이 씨에 대한 마약검사를 시행했을 때 음성이 나왔다고 한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한 것은 1월 3일이라고 주장한다. 10월에 사건이 일어났다고 알려졌으나 정작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피의자를 특정한 것이 1월 3일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본국에서 벌어지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사건은 현장을 덮치거나 내부자의 제보가 없으면 범인을 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CCTV를 확인하느라 피의자 특정이 늦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의자 특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됐다. 즉 2달이 넘어서 피의자를 특정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체포는 2월 25일 이뤄졌다.
피의자 특정 후 53일이 지나서야 움직인 것이다. 마약 사건의 경우 소환조사 전 제모 등을 통해 증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너무 늦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사이 별도 소환조사 없이 곧바로 이 씨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경찰은 보강수사에 시간이 걸렸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 아들은 과거 대마흡입 관련 혐의로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은 바 있다. 통상 마약 전과가 있는 경우 신원이 확인되면 바로 신병을 확보하는 게 마약 수사의 원칙이다.
경찰이 이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도 경찰이 국회의원 등 주요 공직자들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가 12월까지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해를 넘기면서 속도가 붙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친위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탄핵으로 이어졌다. 윤석열이 탄핵되면서 경찰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 대통령실이 통제하던 경찰 내부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총선 비례대표 미끼로 금품 요구
우종수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내부 인사들이 정권 교체를 예상하고 윤석열을 잡으려 든 것이다. 경찰이 그를 검거한 건 2월 25일은 윤석열의 헌재 탄핵심판 최후 진술이 진행된 날인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경찰이 이 의원 아들의 신원을 확인하고도 시간을 끌다가 헌재 심판이 끝나는 것에 맞춰 검거에 나섰다고 볼 여지가 있다. 검거 사실이 전해진 과정도 경찰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이 의원 아들이 검거되자 곧바로 경찰 안팎에 소문이 퍼졌고, 이어 언론에 보도됐다. 더 이상 감출 필요도 없고, 감추기도 어렵다는 경찰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밖에 이철규 의원이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를 미끼로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DB그룹 가족의 일원을 통해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사실까지 당사자들에 알려져 특검이 면밀히 드려다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수사가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