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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봉권과 띠지, 그 낯설지 않은 악의 냄새

최순실 게이트의 기시감

이득신 작가 | 기사입력 2025/09/08 [16:31]

관봉권과 띠지, 그 낯설지 않은 악의 냄새

최순실 게이트의 기시감

이득신 작가 | 입력 : 2025/09/08 [16:31]

▲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 전성배씨 수사와 관련하여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김정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좌)과 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우)이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맥 주사를 시술한 의혹으로 2016년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5차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는 조여옥 당시 대위(좌)와 신보라 전 간호장교(우)의 모습./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서울남부지법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의 자택을 수색하면서 발권 기기 번호, 발권 담당자, 발권 날짜 등이 적힌 상태로 완전히 밀봉된 돈뭉치가 발견되었다. 2024년 12월 17일의 일이었다. 현금 1억 6,500만원이고, 이중 5,000만원이 5만원권 관봉권으로, 나머지 1억 1,500만원이 5만원권으로 시중은행의 띠지로 묶인 채, 발견, 압수되었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지폐를 발행하면 100장을 십자형태로 묶고, 이를 10개를 모아 밀봉 후 정보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해 한국은행에 납품한다. 띠지와 스티커에는 지폐 검수 날짜와 담당자, 부서, 사용한 기기 정보가 적혀 있다. 즉 이 띠지 하나만으로 어디서 만들어진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띠지 역시 은행 로고와 더불어 창구 직원의 직인이 찍혀 있어 어느 창구에서 해당 자금이 인출되었는지 확인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25년 4월 23일, JTBC에서 관봉권 사진을 단복 보도한 바 있다. 발권 날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사흘 뒤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런 관봉권이 개인에게 가는 일은 없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실제로 관봉권이 개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김건희의 최측근이라는 건진법사 전성배의 집에서 말이다. 

 

지난 7일, 서울 남부지검의 김정민과 남경민이라는 이 맹랑한 수사관들의 답변을 TV 화면을 통해 지켜보아야 했다. 이렇게 중요한 증거물을 검사가 보존지시를 하지 않아서 버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에서, 그것도 금융범죄수사 중점청인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본부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가 발생한 점에 대해 검찰이 고의적으로 증거물을 분실하거나 버렸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본 사건을 검찰이 아닌 김건희 특검이 수사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국정농단 때 국회에 나와서 헛소리를 지껄이던 조여옥 대위와 신보라 전 간호장교가 있었다.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의 7시간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던 자들이었지만 끝내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고 그들은 간호 장교에서 퇴직하여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나라의 문제는 죄를 지었으면 지은 죄만큼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형량을 감해주고 사면을 해주니 죄를 짓고도 죄 의식을 모르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남의 생명에 위해를 가했으면 그 사람의 생명도 거두어야 하는데, 생명의 존엄성 운운하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다 보니 흉악범들이 사라지지 않고 내란죄까지 자행하고 또 그런 사람을 동조하고 방조하고 있는 현실이다.

 

4명의 젊은 그녀들은 입을 맞춰 “기억 안 난다.”고 했고, 노트 귀퉁이엔 날 선 독백을 한 줄 남긴다.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 마지막 끈을 놓은 이 강력한 한마디에 청문회의 공기는 차갑게 식었다. ‘세월호 7시간’의 증인 조여옥. 그녀는 근무지를 번복하고, 동료와 말을 맞춘 정황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녀의 곁엔 ‘감시자’라 불린, 동기 이슬비가 있었다.

 

낯익은 풍경이다. 핵심은 같다. 권력의 치부가 걸린 의혹 앞에, 젊은 여성들이 방패로 나선다. 과거엔 대통령의 7시간이었고, 이번엔 사라진 ‘돈의 DNA’, 관봉권 띠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 중요한 증거를, ‘직원의 실수’로 잃어버렸다고 할 만큼, 그 돈의 출처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때는 대통령이 걱정이었고, 이번엔 조직이 걱정되는 것이다. 악의 패턴은 바이러스처럼 복제된다. 젊은 하급자를 전면에 세운다. 늙은 실세들은 실무자 뒤로 숨는다. 국민은 분통이 터지지만, 시간은 지나고, 여론은 더 자극적인 뉴스로 눈을 돌린다. 그때도, 조여옥 징계 청원은 20만을 넘겼지만, 그녀는 무사히 군을 제대했고, 지금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괴물 같은 사건은 거짓말처럼 반복되고 괴물은 비슷한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이걸 기시감 또는 데자뷰라고 부른다. 천사가 천사를 낳고 악은 악을 낳는다. 어떤 범죄자는 끝까지 보호받기도 하며 어떤 집단들은 스스로 범죄의 소굴화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검찰청 해체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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