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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저널] 신천지-국민의힘 ‘20년 커넥션’ 大解剖

사이비 종교집단 신천지에 발목잡힌 국민의힘

선데이 저널 | 기사입력 2025/08/08 [18:09]

[선데이저널] 신천지-국민의힘 ‘20년 커넥션’ 大解剖

사이비 종교집단 신천지에 발목잡힌 국민의힘

선데이 저널 | 입력 : 2025/08/08 [18:09]

◼ 홍준표가 폭로한 대선 10만 당권 가입 설은 기정사실
◼ 본지 보도했던 월간조선 김성동 배후에도 신천지입김
◼ 신천지, 보수정당 및 보수언론을 숙주삼아 성장한 듯

국민의힘과 그 뿌리를 같이하는 보수 정당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과 보이지 않는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은 한국 정치사의 오랜 ‘뜨거운 감자’다. 이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 특정 종교 단체가 조직력을 동원해 정당의 의사결정과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2016년 총선 당시‘친박(親朴) 좌장’ 서청원 전 대표 지원설부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의 유착설, 그리고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폭로한 ‘대선 경선 10만 당원 가입설’에 이르기까지, 의혹은 시기와 인물, 장소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사실무근의 정치 공세”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했지만,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이 잇따르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신천지뿐만 아니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극우 기독세력의 영향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제 1야당이란 집단이 종교집단에게 좌지우지 당하고 있는 일들이 2025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최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발언으로 재점화 되고 있는 국민의힘과 신천지 유착 의혹을 총력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은 본국에 주요 기반을 두고 있는 신흥 종교다. 행정적 총본부는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을 ‘약속의 땅’, ‘성지(聖地)’로 여기며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신천지는 1984년 3월 14일 이만희 총회장에 의해 대한민국 경기도 안양시에서 창립되었습니다. 이후 교세가 확장되면서 주요 시설과 행정 중심지를 경기도 과천으로 옮겨와 사실상의 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정당과 신천지의 연결고리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새누리당 때부터다.

그 시작은 ‘당명(黨名)’이라는, 정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상징에서부터 출발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당시 한 내부 행사에서 “새누리당 이름을 내가 지어줬다”고 발언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신천지(新天地)’를 순우리말로 풀면 ‘새 세상’, ‘새로운 땅’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새누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주장이었다. 정당의 얼굴인 당명을 특정 종교 지도자가 작명했다는 의혹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조동원 당시 홍보기획본부장이 주도해 만든 순수 창작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이 총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2020년 검찰은 이 총회장의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공연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의혹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채 남았다.

코로나19가 드러낸 커넥션

이러한 의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당시 경기 화성갑 지역구에 출마한 ‘친박계 핵심’ 서청원 후보를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다. 당시 서 후보의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 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신천지 신도들이 SNS 홍보팀, 전화 홍보팀, 대외활동팀 등으로 나뉘어 서청원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신천지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SNS에 서 후보 지지 글을 올리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심지어 김성회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신천지 소속 자원봉사단 사무실이 사실상 서 후보의 비밀 선거운동 캠프 역할을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청원 후보 캠프와 신천지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신천지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총회의 지침은 없었으며, 일부 신도가 개인적으로 지지 활동을 했을 수는 있으나 조직적 개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시 선거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특정 종교 조직의 표가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유착설은 지역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결국 선거는 서청원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특정 유력 정치인과 신천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은 깊은 흔적을 남겼다. 2020년 초, 코로나19 1차 대유행은 신천지 관련 의혹을 지역적 차원에서 전국적 차원으로, 정치권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집단 감염의 진원지로 밝혀지면서, 당시 제1야당이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었던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응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를 연일 맹공하던 미래통합당이, 정작 신천지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특히 대구시가 신천지 측으로부터 전체 신도 명단을 확보하는 데 늑장을 부리고, 강제적인 시설 폐쇄나 압수수색 등 강경 조치를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유착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여기에 권영진 시장이 과거 신천지 위장 단체인 ‘HWPL’의 행사에 축전을 보내고 관련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사실까지 드러나며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미래통합당은 이를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정부·여당이 방역 실패의 책임을 신천지와 야당에 떠넘기기 위해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 반박의 골자였다. 당 차원에서 “신천지와 추호의 관련도 없다”고 공언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무관용 법적 대응’방침을 천명하는 등 강경하게 맞섰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터진 대형 악재는 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시 불거진 ‘10만 당원 가입설’

코로나 사태 이후 잠복해 있던 의혹은 2025년 7월, 보수 진영의 핵심 인사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을 통해 역대 가장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형태로 재등장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이만희 총회장의 지시로 신천지 신도 약 10만 명이 당원으로 가입해 당시 윤석열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만희 총회장과 직접 나눈 대화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주장의 신빙성을 높였다. 이는 특정 종교 단체가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에 직접 개입해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주장이었다.

야권은 즉각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대선 개입 스캔들”이라며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과거 신천지 간부들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아줬다는 인식이 교단 내에 퍼져,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증언한 내용까지 재조명되며 홍 시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실체가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지만, 당내 파장은 상당했다.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당원들 사이에서는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천지 측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교단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등 탄압을 받았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당원 가입 정황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의문으로 남았다. 신천지와 보수 정당의 ‘커넥션’ 의혹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반복되는가? 전문가들은 신천지 특유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정치권 밭갈이’로 불리는 포교 전략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교단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실제 조직적 움직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천지가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과 가깝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는 지점이다. 일례로 본지가 보도했던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 김성동 EBS 부사장도 신천지와 유착의혹이 계속해서 일어왔다. 그는 2016년 5월 월간조선에 게재한 **‘HWPL 이만희 대표 인터뷰-내가 지구촌 전쟁종식과 세계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는 신천지가 포교를 위해 내세우는 위장 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활동을 집중 조명하며, 이만희 총회장을 ‘지구촌 평화 운동의 선구자’처럼 묘사했다. 당시 기사는 “어느 누구도 실현하지 못한,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평화의 축제” 등 이만희 총회장과 그 단체의 활동을 극찬하는 표현으로 가득했다. 인터뷰 질문 역시 비판적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벨상을 꿈꾸는가”, “IS(이슬람국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가” 등 이 총회장의 업적을 부각하고 그를 영웅시하는 듯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사이비 종교와 정경유착 프레임

당시에도 교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던 신천지의 교주를 유력 월간지가 비판 없이 홍보해줬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큰 공론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기사는 훗날의 더 큰 논란을 예고하는 ‘시한폭탄’이 되어 잠복기에 들어갔다. 김 부사장은 이후 월간조선에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대변지 역할을 하다가 이 공로를 인정받아 EBS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지지자들이 대거 유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교롭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국민의힘 측의 주장처럼 명확한 물증없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 공세’의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국민 여론을 이용해 상대 진영에 ‘프레임’을 씌우는 손쉬운 공격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방이 반복될수록 정당과 선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깊어진다는 점이다.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든, 특정 집단이 정당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의심 자체가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지루한 진실게임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의혹을 ‘설’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책임 있는 검증과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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