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조일[바로조는 조선일보] - 44. 2024년 12월 한강 – 한동훈, 한덕수 그리고 조선일보
12월 3일 비상 계엄령 소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하염없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한강 옆 국회를 에워쌌다. 막아서는 경찰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하며 국회의원들을 들여보내고 그들도 담을 넘어가며 끝내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이끌어냈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한 가운데도 목이 터져라 만세 부르고 서로 껴안으며 감격을 나눴다. 전 세계에 K 민주주의를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한동훈은 9월 초에 야당과 시민들이 제기하는 계엄령 우려에 아무 근거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내뱉은 말이라고 했다. 스스로 화려한 언변이라 믿고 있을 한동훈에게 근거와 밑과 끝의 차이를 묻고 싶지는 않다. 야당 의원에게 계엄에 대해 자신은 모르니 아는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비아냥거리던 자도 한동훈이다. 그도 모자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국정이 장난입니까?’라며 허세를 부리던 이가 한동훈이다. 그는 윤석열의 내란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곧바로 탄핵 반대 당론으로 돌아선 이도 한동훈이다.
국무총리 한덕수는 식물 총리, 신문 총리로 불려 왔다. 국회 답변에서 궁해지면 신문에서 보았다는 말로 눙치기 때문이리라. ‘경제는 좋은데 민생이 좋지 않다’는 말은 망언 제조기 윤석열을 능가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 맞습니까?’에 ‘절대로 아닙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실언을 한 사람도 한덕수다. ‘독도를 분쟁 지역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열등 외교’라는 말도 그의 작품이다. ‘이재명 대표 독도 그만 흔드시오’라고 칼럼을 쓴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과 입을 맞춘 듯하다.
조선일보는 계엄을 걱정하는 야당과 국민에게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 괴담’이라는 사설을 썼다. 당시는 이미 내란 음모가 착착 진행되었지만 한동훈은 기세 좋게 조선일보를 따랐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고 나무랐다.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조선일보가 알고도 숨겼구나 깊은 의심이 든다.
12월 7일에 내란 미수에 대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김건희의 박절하지 못함을 팔아대던 그가 이번에는 절박함을 내란 시도 이유로 말했다. 박절과 절박, 묘하다. 우리 당과 정부가 책임지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윤석열의 교시를 따르듯 한동훈과 한덕수가 만났다. 한덕수는 지금은 모든 것을 넘어 뭉쳐야 하니 인내와 중용을 발휘하란다. 한동훈은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단다.
한강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꼼꼼하게 광주는 보통명사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12월 3일 그 밤에 여의도는 광주였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이었다. 한강은 말한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구한다’고. 그날 그 자리에 한강이 아니 죽은 자들이 불러낸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이제 산 자들은 죽은 자를 그들의 방식대로 기억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렇게 소년들이 돌아왔다. 나도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소년들 틈에 섞여 그저 기뻐할 줄만 알았다. 손에 들려있는 아이돌 응원봉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돌을 만난 그들은 쉽사리 떠나가는 법이 없다. 그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른들은 세상 탓을 하리라. 윤석열이 한없이 고마운 대목이다. 그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렸지만 윤석열이 그리 손쉽게 불러올 줄은 몰랐다. 어른들은 모르는 K 컬쳐의 위력이다. ‘서울의 봄’이 세운 공도 절대 가볍지 않다.
오늘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한강은 이미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물을 받아 안아 대하가 되어있다. 그 깊이도 넓이도 짐작하지 못한 채 함부로 뛰어든 자들이 있다. 윤석열은 이미 술인지 물인지를 너무 들이켜 혼수상태다. 구해 보겠답시고 덩달아 뛰어들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동훈과 한덕수 그리고 조선일보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강둑에 모여선 이들은 아무도 줄을 던져줄 생각이 없다. 그들의 운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강은 국회를 싸고 도도하게 흘러 바다로 갈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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