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을 보면, 김건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된 인물은 700여 명으로 윤석열이 초대한 600여 명보다 많았다. 대통령실 인사 가운데서는 ‘한남동 8인회’ 가운데 한명인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의 아버지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 역시 초대를 받았다.
해먹을 결심, 부패 리스트 본 듯
최근 공천 개입, 여론조작 의혹으로 논란이 된 명태균도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직함으로 아내와 함께 초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의 핵심인 21그램의 김태영 대표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명태균은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고, 김건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첫 기획전시 때부터 협업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피해 종적을 감춰 논란이 됐다.
김건희의 논문 조작 및 대필 의혹 연루자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김기현 경인여대 교수 역시 취임식에 초대됐다. 설 교수와 김 교수 부부는 김건희 논문을 대필해주고, 조작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설 교수 또한 김건희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해 두해 연속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에 의해 고발됐다.
검찰이 김건희 모녀가 23억원대 수익을 올렸다고 밝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들도 대거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취임식 전달 보석이 허가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빠졌지만, 아내와 아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 오00 이사가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인 김00 씨가 주가조작 전주들을 일컫는 BP(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 패밀리’ 일원으로 언급된 김00 씨와 이00 씨도 김건희의 초대 명단에 포함됐다.
김건희의 어머니 최은순 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네 차례에 걸쳐 349억원이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건의 공범인 김00 씨까지 김건희의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됐다. 마치 범죄 리스트를 보는 것 같다. 누군가는 취임식 명단이 무슨 ‘범죄 저수지 같다고 비판했다.
극우 유튜버들도 초대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온 극우 유튜버 안정권도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취임식 때 김건희가 누군가를 알아본 듯 이동하던 중 뒤로 돌아서기까지 하며 안정권에게 인사를 건네는 영상이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었다. 김건희가 몸을 돌려 손을 흔들자 안정권은 곧장 카메라를 향해 김건희가 자신과 눈을 맞췄다는 듯 손가락으로 양 눈을 가리키며 자랑하기도 하였다. 안정권의 누나는 대통령실에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이를 공개하자 경질되었다.
언론에서는 김건희가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올 4·10총선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녹음파일과 주장들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그 중심에 명태균이 있는데 현재 구속 중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더니 윤석열 정권에서는 명태균이 그 역할을 했다.
주포 이종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무혐의로 종결되었지만, 아직 공수처 수사와 특검이 남아 있다. 특히 김건희와 매우 가까운 주포 이종호는 주가 조작 외 해병대 수사 개입, 군 인사 개입, 마약 수사 개입, 경찰 인사 개입도 드러났지만 수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이종호는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받고 있는 이종호는 2012년 이후에는 김건희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된 2020년 9, 10월경 김건희 전화 번호로 40차례나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코바나콘텐츠 후원업체 대통실 및 관저 공사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에 김건희가 운영한 코바나콘텐츠 후원 업체인 ‘21그램’이 계약도 하기 전에 공사에 착수했고, 15개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업체 공사를 맡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것도 드러났다. 하지만 감사원은 종합건설업 면허도 없는 업체에 국가 최고 보안시설인 관저의 확장과 보수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기도록 결정한 이가 누구인지, 가장 핵심적인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이상 언급한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관련자들이 모두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정치 브로커’ 명 씨, ‘BP 패밀리’로 언급된 김 씨와 이 씨, ‘21그램의 대표’ 김모 씨가 초청장을 받거나 취임식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1심 재판 중이었던 권오수와 이종호 씨는 취임식에 가지 않았지만, 그 대신 권 씨의 아들과 부인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김건희와 서울대 EMBA 과정을 함께 다닌 인연으로 김건희의 어머니 최은순 씨의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준 김모 씨, 김건희와 공동 작성 논문으로 위조 및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모 교수, 무속인 천공의 측근 등도 취임식에 참석한 사실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모두가 김건희와 인연을 빼고 나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될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대통령 취임식은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과 비전, 주요 정책 등을 전 국민에게 밝히는 엄숙한 자리다. 당연히 참석자 한 명 한 명이 5000만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가져야 하며, 선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주가조작 패밀리, 문서위조범, 무속인, 정치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초대받았으니 ‘범죄 패밀리’란 말을 들어도 싸다. 이제 그들이 일망타진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특히 만악의 근원인 김건희는 반드시 구속될 것이다. 도대체 이게 나라인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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