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명태균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수사를 했다. 공천개입과 여론조작, 그리고 창원 산업단지 선정 개입에 대해선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즉 알맹이는 쏙 빼고 곁가지만 수사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그 모든 것을 포함해 명태균을 고발하면 검찰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검찰 출신 한 야당 의원은 “검찰이 명태균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일단 명태균을 구치소에 가둬두고 더 이상 언론에 여러 말이 나도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태균이 그동안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너무 많은 말을 한 게 용산으로선 불편했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주요 사건에 동원한 수사 기법
(1) 피의자를 회유해 협조하면 형량을 낮추어준다 하고, 비협조하면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게 할 것이다, 하고 협박한다. (2) 이미 드러난 죄가 있을 경우 구형량을 최소한으로 하고, 나중에 병보석으로 풀어주고 특별 사면해 줄 거라 약속해준다. (3) 나중에 문제가 될 핵심 증거들은 ‘디가우징’으로 모두 삭제한다. (4) 연예인 사건 등 다른 사건을 터트려 시선을 돌리게 한다. (5) 사건을 일부러 복잡하게 엮어 국민들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6) 증인을 회유해 새로운 증거를 대게 한다. (7)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한 검사들은 나중에 승진시켜 준다.
이것이 그동안 검찰이 주요 사건 때 써먹은 수법인데, 이번에도 통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의 경우 언론이 이미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야당에도 녹취가 제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면 언론이나 야당이 즉각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도 몸조심 할 때
만약 검찰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특검이 벌어져 전부 직무유기, 직권남용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검찰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17%로 폭락해 언제 탄핵이 발의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해야 하는데, 윤석열 믿다가 나중에 큰코를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대검은 창원 지검에 검사를 보충해 모두 11명이 되었다. 주요 사건 때 동원된 검사 수와 맞먹는다. 하지만 이 경우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사 의지와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 야당은 “검사 보충이 수사를 잘 하려 그러는 게 아니라 수사를 감시하러 간 것 같다”고 혹평했다. 창원지검장만 해도 ‘찐윤 검사’다.
검찰 불신 극에 달해
검찰이 이토록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하는 이유는 증거가 명확한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수수에 대해 무혐의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 증게에도 무혐의를 내린 검찰이 명태균 녹취록 정도 가지고 용산까지 수사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핵심은 명태균의 개인적 비리가 아니라, 용산의 공천개입과 창원 산업 단지 선정 과정에 있다. 여론 조작으로 국힘당 대선 경선 후보가 정해진 것도 핵폭탄이다. 명태균이 여론조사를 해준 대신 김영선의 공천을 받아 왔다면 이는 뇌물죄, 수뢰후부정처사에 해당되어 중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검찰은 어떻게 하든지 이번 사건을 축소해 명태균의 개인 비리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아울러 제보자인 강혜경 씨가 오히려 피의자로 몰려 명태균보다 더 많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때 마음이 약해진 강혜경 씨도 흔들릴 수 있는데, 아마 변호사로부터 사전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강혜경 씨의 변호는 노영희 변호사가 맡고 있어 쉽게 회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후 태도 달라진 명태균
보통 주요 사건 피의자가 검찰에 소환되면 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은 게 관례인데, 명태균은 일단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딜’이 있었을 거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야당에도 검사 출신 의원들이 많아 검찰의 수사 패턴을 잘 알고 있다.
명태균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에, 윤석열과의 통화 녹취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잘 기억 안 난다”고 답했다. 이는 녹취록과 상충되는 것으로, 아마 변호사로부터 그렇게 진술하라고 교육을 받은 것 같다. 명태균의 변호사는 그 유명한 김소연이다.
공적 대화 있다고 해놓고 발뼘한 명태균
명태균은 검찰 소환 전에는 각종 언론에 나와 “나를 구속시키면 공적 대화도 모두 깔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았는데, 정작 검찰 조사를 받은 후에는 “그런 것 없다”고 둘러댔다. “잘 기억이 안 난다”는 고발사주 사건 때 김웅이 써먹은 수법이다. 이른바 선택적 기억력이다.
명태균은 기자에게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실 안에서 진술은 달랐다고 한다. 명태균은 검찰 조사에서 "김영선 전 의원과 직원들을 사무실에 모아놓고 대통령과 통화 녹취를 직접 들려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해서 검사들에게 부담감을 주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 것 같다.
한편 검찰은 명태균이 공천을 대가로 1억 2천만 원을 받았다는 한 예비후보의 진술을 확보한 걸로 파악됐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 방향은 온통 명태균의 개인 비리에만 집중되고 정작 수사해야 할 용산의 공천 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창원 산업 단지 선정은 수사도 안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언론과 야당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므로 검찰도 함부로 장난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검찰 자체가 해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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