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의 대통령 행세…공무원들 만나 정책주문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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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행세가 상식의 도를 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4·10총선 공천 개입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가 마치 대통령인 양 공무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주문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본국 언론에 제공하는 사진들을 보면 이게 대통령의 사진인지 영부인의 사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각종 간행물 사진에 본인의 사진이 들어가길 주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본인의 사진이 들어가지 않으면 사진을 뒤엎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대통령의 입김이 들어가는 인사 자리에 본인이 나서서 입김을 불어넣는다는 소문이 공직사회에 파다하며 심지어 검사들조차 김건희 여사에게 줄을 대기 위해 김 여사와 친한 SK 최태원 회장의 내연녀 김희영에게 줄을 대려하는 움직임도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올 7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에 나토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이 자리는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 4개국(IP4, 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자리였다. 백악관 측은 이날 테라스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를 세웠으면 주변에 IP4 국가 정상들을 함께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 그리고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 주변에 나란히 섰다. 인상적인 장면은 젤렌스키 부부를 제외하고 IP4 국가 정상의 영부인 중 이 테라스에 선 것은 김건희 여사가 유일했다.
심지어 어떤 사진에서 김건희 여사는 마치 이 테라스의 주인공인 것처럼 촬영됐다. 대통령실은 IP4 정상들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놨지만, 정작 언론 카메라에는 김건희 여사만 정상 영부인 중에 유일하게 함께 찍은 사진이 찍혔다. 본국에서는 이 사진을 보고 마치 김건희 여사가 정상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 다른 영부인은 없는데 김건희 여사만 왜 거기에 있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날 리셉션에 다른 나토 소속 국가 정상들의 아내도 참여했지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2층 테라스 젤렌스키 대통령 옆 영부인은 김건희 여사가 유일했다.
알콜중독 尹 대신 직접 夜행차
김건희 여사 사진 논란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나토 정상회의에 가던 중 들른 하와이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찍힌 ‘연합뉴스’ 사진이 다른 사진으로 교체해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사진 교체 배경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연합뉴스’가 처음 송고한 사진은 9일 오전 8시 46분 네이버 뉴스에 ‘하와이 주지사와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라는 제목으로 송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10일 오전 5시 56분경 다른 사진으로 교체됐다. 두 장의 사진 모두 미국 하와이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내려 영접을 나온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와 대화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보면 첫 번째 사진은 김건희 여사가 두 번째 사진은 윤 대통령이 조시 그린 주지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마치 영부인이 대통령과 같은 자세로 주지사를 만났다. 이 사진만 보면 누가 대통령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이 사진이 교체된 또 다른 이유로는 김 여사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찡그러져서 나왔기 때문이란 의혹도 나왔다. 바뀐 사진은 대통령실에서 제공하거나 언론이 보도하는 김 여사의 얼굴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 아니냐며 평소 김 여사 얼굴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뚜렷했다. 사진이 교체된 이후 “사진 바꿨네…”, “사진 그새 바꾼 거 봐” 등 사진교체에 의문을 표시하는 수많은 댓글도 달렸다.
지난해 4월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와 출입기자들의 셀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군 1호기에서 촬영됐다.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취재보다는 셀카 촬영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얼마 후 사진은 삭제됐다. 이런 논란의 공통점은 하나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처럼 언론에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고, 수행원들이 이를 떠 받들어 모시기 때문이다.
김건희 갈수록 심한 대통령病
사진뿐만 아니라 말은 더하다. 김 여사는 본국 시간으로 지난 10일 서울 마포대교를 찾았다. 김 여사는 지난 10일 비공개로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뚝섬 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 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찾아 현장을 살피고 근무자를 격려했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꾸려진 일정이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흡사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의 현장 지시 사항 같지만, 김건희 여사가 경찰에게 한 말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김 여사의 현장 발언을 보면 대통령 부인이 통상적으로 하는 격려 수준을 넘어선 말투가 곳곳에 묻어난다.
“김 여사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지난 7월 11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에서 탈북민들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저와 우리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 등 본인이 대한민국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여사는 지난해 4월에도 납북자·억류자 가족을 만나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써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부인은 민간인 신분이다.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다. 남북 실무회담 등에서 민감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을, 권한은 물론 전문성도 없는 김 여사가 ‘강경 대응’까지 주문한 셈이다.
누가 대통령인지 헷갈려
“내가 정권 잡으면… 그놈들은 무사할지 못 할 거야” 2022년 1월 공개된 ‘서울의 소리’ 녹취록 속 김 여사의 ‘내가 정권 잡으면’ 발언은 큰 논란이 됐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자신을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듯한 태도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에도 확인된다.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와의 대화에서다. “제가 이 자리에 있어 보니까 객관적으로 정치는 다 나쁘다고 생각해요… 막상 대통령이 되면 좌나 우나 그런 거보다는 진짜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게끔 되어 있어요. 이 자리가 그렇게 만들어요.” 대통령의 자리와 ‘영부인’의 자리를 섞어놓은 듯한 태도가 디올백 수수와 함께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좀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라는 말까지 했다.
지난 1월 김 여사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과거 여러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문제에 사과할 때 이런 태도를 취했다. 윤 대통령을 뒤로 물리고 김 여사가 나서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사과를 전한 행태는 ‘윤석열 영부남’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김 여사가 공무원을 지휘하는 듯한 모습이나 정치적 발언을 하는 일은 자주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지난해 1월 박 의원은 ‘조용한 내조’ 약속을 깨고 김 여사가 떠들썩하게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금 보니까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술독에 빠져 사는 남편 대신 김 여사의 ‘대통령 행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허위 이력 논란에 카메라 앞에 섰던 장면이 거론된다.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으로 남편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김 여사는 본인 관련 사건·의혹이 터질 때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몇 개월씩 외부 활동을 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설명 없이 대외 행보를 재개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김 여사를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는 공사를 이유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