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여러 공적 조직 중 군대만큼은 신뢰하려 애쓴다. 자식들이 군대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정치군인들이다. 소위 ‘똥별’로 불리는 그들은 국토방위보다 자신의 승진, 그리고 이권에 더 신경썼다. 일부 정치군인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짓밟기도 하였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그랬다.
군인에 관한 미담은 참으로 많다. 수류탄이 터지려 하자 몸을 던져 부하들을 살리고 장렬히 산화한 강제구 소령의 일화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6.25 참전 용사의 무용담이나 월남 참전 용사의 고통이 방송에 나오면 국민들은 존경과 위로를 함께 보냈다. 하지만 군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람들은 바로 정치군인들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군대에 대한 신뢰도 깨져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그동안 군대에 보냈던 신뢰와 존경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위험에 빠진 부하를 살리고 희생하기는커녕 부하를 위험한 곳에 투입해 죽게 하고도 자신은 그런 지시를 내린 바 없다는 사당장이며, 자신이 결재하고도 공정하게 수사한 부하를 항명죄로 몬 해병대 사령관 및 국방부 장관은 정말 꼴불견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어떤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으나 공수처가 확보한 통신 자료에 따르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종섭은 대통령실에서 온 전화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윤석열이 검사 시절부터 사용한 개인 휴대폰으로도 여러 번 전화를 받았다.
이게 논란이 되자 이종섭은 “임성근 사단장을 빼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말을 둘러댔으나,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 즉시 해병대 수사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이 해임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른바 VIP 격노가 있은 후 안보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국방부 등이 긴박하게 움직인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이종섭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시켰다. 그후 귀국한 이종섭은 여러 거짓말이 드러나 국힘당 총선 참패에 한몫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8명 혐의 구체적 명시
국방부 조사본부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던 8명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판단했다. 조사본부는 임성근 사단장에 대해 “지난해 7월 18일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는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채 상병이 장화를 신고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조사본부는 또 “임성근 사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채 상병이 하천에서 무릎 높이까지 입수해 위험하게 수색 중인 걸 알았지만,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며 “외적 군기에만 관심을 둘 뿐, 안전한 수색을 위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외에도 호우피해 복구 지원 요청을 늦게 전파한 혐의, 작전 전개를 재촉한 혐의 등이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 14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중간 보고를 위해 제출한 문건이다. 조사본부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포함해 6명의 혐의를 적시했고, 2명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1일 최종 발표에서 조사본부는 임성근 사단장 등 6명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때 대통령실에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 수뇌부가 개입해 결과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실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종섭과 신원식과의 통화도 드러나
이종섭에 이어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은 이종섭과 당시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시기 일어난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화 기록에 따르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조사 결과 이첩, 국방부의 기록 회수,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 입건 등이 이어지던 지난해 8월 1∼8일 국방위 여당 간사였던 신원식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모두 13차례 전화했다.
휴대폰 통화 기록 지우고 ‘깡통폰’ 제출한 국방부 참모들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답했으나, 2023년 8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두 차례 통화한 것이 드러났다. 대통령실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말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3번, 임 전 비서관과 4번 등 안보실과 16차례 통화한 것이 기록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수사 외압 의혹을 감추기 위해 통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건 아닌지 또 통화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한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참모들은 휴대폰 기록을 모두 지워 소위 ‘깡통폰’을 제출했다. 명색이 군인 출신들이 조작에 능한 검사들을 닮아간 것이다. 비겁한 정치군인들의 거짓말 퍼레이드에 온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지금 민심은 폭발 직전의 마그마다. 그런데도 계란말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고 있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좋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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