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한동훈을 중앙지검장으로 김건희는 법무장관으로 밀었다
그림 좋아하던 두 사람 카톡 주고 받으면서 두터운 신뢰관계 쌓아
김건희-한동훈 주고받은 카톡에 두 사람 가까워진 내용 담겨 있어
한동훈이 등 돌리자, 윤석열이 김건희에 “그것 봐, 내 말 맞았지?”
최근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간의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부 간의 다툼은 부부싸움이지 무슨 갈등이냐고 말할 수 있지만, 김건희 여사가 권력의 중심에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 여사가 윤석열 정권 인사에 직접관여하거나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은 <선데이저널>뿐만 아니라 본국 언론에도 수차례 나오고 있다. 모든 인사를 김 여사가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굵직한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은 대체적인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두 사람의 갈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정치권과 검찰의 빠른 변화 때문이다.
그 중심에 윤 대통령이 가장 믿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파격적으로 사법연수원 27기인 한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그의 동기인 이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완전히 기수를 파괴한 인사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이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추천으로 한 인사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재밌는 것은 한 전 장관의 인사가 과연 윤 대통령의 뜻이냐는 점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법부무 장관 카드는 윤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뜻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본국에서 벌어지는 검찰 인사 파문을 둘러싼 뒷이야기를 본지가 추적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40대 후반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를 등에 업고 이원석 검찰총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고, 중앙지검 주요 간부들도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로 꾸렸다. 이때만 해도 언론은 이들을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이들은 한동훈 사단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 사이가 가까울 때는 그것이 윤석열 사단이든 한동훈 사단이든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동훈 사단이 김건희 여사를 치려고 덤벼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수사부서를 교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인사에 개입하면서 급기야 부부간의 갈등을 비추기 시작했다.
한동훈-김건희 332건 카톡의 비밀
한국 정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변심에 윤 대통령보다는 김건희 여사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에 한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때 윤 대통령보다는 김 여사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한 전 위원장을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 고려했는데 김 여사가 파격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에 천거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건너뛰고 김건희 여사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는 소문이 있다. 김건희 여사처럼 한 전 위원장이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연락은 두 사람이 수 백 차례나 주고받은 카톡에 담겨 있다고 하는데, 한 전 위원장은 여태껏 관련 핸드폰 비밀번호를 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카톡이 개인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한 전 장관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한 전 위원장이 부산고검 차장검사 시절인 지난 2020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당시, 김 여사와 카톡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윤 당선인(당시 검찰총장)과 2330회,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332회 카톡을 주고받았다. 의아하다”고 했고, 한 후보자는 “당시 윤 총장과 카톡을 했던 건 당시 제가 대체 불가능한 업무를 부산고검에서 수행 중이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매일 보고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가 되면 비선으로 연락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나”라고 질문했고, 한 전 위원장은 “제가 특별히 영부인이 될 분하고 연락할 일이 없다”며 “(카톡을 주고받았다는) 300건은 글 하나하나, 한 줄씩을 센 거다. (날짜로 계산하면) 몇 달,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박성준 대변인 역시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눈감자 “수많은 의혹에 대해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여전히 김건희 여사의 방탄이고 호위무사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은 직장 상사의 아내였던 김 여사와 한 위원장이 수백 차례 카톡을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김건희 여사를 향한 수많은 의혹에도 눈 감고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한동훈 믿지 못한 윤석열
이 때만해도 세 사람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한 전 위원장이 권력의지를 내비치면서 결국 김건희 여사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와 한 전 위원장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멀어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애초에 한동훈은 믿을만한 사람이 못 된다고 주장하던 윤 대통령과 그를 천거한 김 여사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애초부터 “필요한 사람에게만 잘 하는 한 전 위원장을 믿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시나리오의 사실 여부는 확인이 안 되지만 공교롭게도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멀어진 이후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는 본격화 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사이 ‘갈등설’이 외부로 흘러나왔다. 당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실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김건희 여사 소환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수사팀 의견(김 여사 소환조사)에 힘을 실어줬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 ‘숙청’이 계획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더욱 긴박해졌으며, 대통령실과 검찰을 중재하려던 이노공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을 옮기면서 대행 업무 수행)이 ‘수습 불가’로 판단하고 사퇴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검찰 갈등설’은 지난 2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진화됐다. 총선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하지 않고, 검찰도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도, 검찰도 우선 선거를 의식해 대통령실 의중에 보폭을 맞췄다는 뜻이다. 여기에 총선 결과가 기름을 부었다. 야당 압승으로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제22대 국회에서 특검법 재추진은 기정사실이 됐다. 대통령실은 총선 전보다 거센 야권 중심의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고, 검찰도 김건희 여사의 조사를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어졌다. 여기에 그동안 한 편이었던 한 전 위원장 역시 대통령 부부와 사이가 멀어졌다.
검찰인사에 직접나선 윤의 적개심?
이 시점에 검찰 내부에서 돌발 변수가 고개를 들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지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5월 2일, 송경호 중앙지검장에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팀을 꾸려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수사팀인 형사 1부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했다.
특별수사를 주로 담당하는 중앙지검 4차장 산하의 반부패수사3부 검사 한 명,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한 명, 범죄수익환수부 검사 한 명이다. 사실상 특수부에 준하는 수사팀이 구성되었다. 야당은 검찰이 대통령실과 협의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한 뒤 특검법 추진을 막으려 한다고 의심했다. 검찰 안팎 해석은 달랐다. 이원석 총장의 지시가 총선이 끝나고 3주 뒤에서야 나온 것이나, 수사 지휘 내용을 ‘굳이’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한 일은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의 연장선으로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선거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수사팀 의견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주변에 알려왔다. 구체적인 수사 타임라인도 나왔다.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는 5월 내에 마무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김건희 여사의 소환조사는 공범들의 항소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7~8월께로 전망됐다. 이를 종합해 조직을 우선하는 검찰이, 김건희 여사 수사 필요성에 대한 여론과 형평성 논란 등을 앞세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5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 복원을 공식화했다. 과거 ‘사정기관의 사정기관’으로 검찰 인사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던 민정수석실의 갑작스러운 부활은 검찰이 반기를 들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해석에 오히려 힘을 더 실었다. 대통령실은 “그럴 일 없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검찰 안팎에선 새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심(檢心) 청취’를 넘어서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이 인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 보호, 검찰 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5월 13일 검찰 고위직 인사는 시점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검찰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는 이원석 총장의 수사 지시 후 11일(5월 2일), 민정수석실 복원(5월 7일) 후 6일 만에 단행됐다. 실제 대통령실과 검찰 안팎에서는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 직후 검찰 수뇌부 인사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는 전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