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역사저널 ‘그날’이 전격 폐지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겉으로는 진행자를 한가인으로 교체한 것에 KBS 제작부장이 불만을 갖고 거기에 임수빈 아나운서를 꽂아 넣으려한 것이 실패해 폐지했다고 하지만 속살은 다른 것 같다. 역사 저널 ‘그날’ 폐지엔 그보다 더 깊은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넘게 방송된 장수 프로그림인데다 시청률도 비교적 높아 폐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박민이 KBS 사장으로 온 후 아무 사전 연락 없이 최욱이 진행하는 ‘더 라이브’ 가 폐지되어 논란이 많았는데, 거기에다 역사저널 ‘그날’까지 폐지되자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 라이브’에 이어 간판 프로그램 폐지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첫 날,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 편성이 갑작스럽게 삭제됐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엔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전쟁', '개그 콘서트 스페셜', '골든 걸스 스페셜' 등이 재방송되었다. 당일 방송을 특별한 이유 없이 편성에서 들어내는 일은 유례가 거의 없다.
'더 라이브' 진행자인 최욱은 팟캐스트 '매불쇼'를 통해 "'더 라이브'가 폐지된다는 얘기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내가 4년을 매일 했다. 시사교양 시청률 1위였다"면서 "행사를 가도 끝 인사는 하고 간다. 이건 아니다. 웃고는 있지만 웃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진짜 이유는 매불쇼 진행 때문?
KBS ‘더 라이브’가 폐지된 진짜 이유는 진행자인 최욱이 유튜브 방송 ‘매불쇼’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정부 비판을 하는 방송은 대부분 폐지되었다. 시청률 전체 1위를 하던 MBC 뉴스하이킥을 진행하던 신장식도 결국 교체되었다.
신장식은 그후 조국혁신당으로 가 국회의원이 되었다. 윤석열 정권으로선 여우를 피하니 범이 나타난 꼴이 되었다. KBS를 그만 둔 최욱도 매불쇼를 진행하면서 인기가 더 올라 구독자가 160만 명이 넘어갔고, 광고도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최욱으로선 전회위복이 된 셈이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정권이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되었다는 점이다. 최경영과 홍사훈도 각각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스픽스로 가 인기를 더 얻고 있다.
‘금지는 변칙을 낳는다’란 말이 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정부 비판을 하는 방송인들이 하나 둘 사퇴하자 유튜브가 더욱 활성화되어 정부 비판이 더욱 노골화되었다. 윤석열 정권으로선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격이다. 무조건 금지하면 통할 거라는 사고는 검찰식 사고로 정치판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KBS PD협회 관계자들 거세게 항의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 계단에서 KBS PD협회 관계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과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등이 참석했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 KBS PD협회 관계자들은 “부당한 제작 중단에 맞서겠다”며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KBS PD들이 외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 외압이란 결국 박민 KBS 사장과 그를 조종하는 용산 세력을 의미할 것이다.
한가인을 조수빈으로 교체하려다 아예 폐지?
‘성명서에 따르면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은 지난 10일 오전 시사교양국장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 제작을 무기한 보류하고 제작진 해산을 지시했다. 앞서 제작진은 개편 첫 방송 녹화를 4월30일로 계획하고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사흘 전(업무일 기준)인 4월25일 오후 6시30분경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에게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조수빈을 진행자로 앉히라고 통보했다.‘
‘제작진은 이미 MC부터 패널, 전문가 등 섭외부터 대본 작성, 코너 녹화 등 제작을 진행하던 상태였다. 결국 녹화는 2주가량 연기된 끝에 잠정 중단이라는 결과표를 받아들였다. 김은곤 PD는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동안 고대사·근현대사를 아울러 역사계의 객관적 사실을 전하며 시청자 신뢰를 구축한 프로그램”이라며 “가치중립적인 만큼 섭외부터 대본 작업까지 신중하게 자문을 거쳐 진행한다. 녹화 사흘 전 일방적인 교체 및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은 건 유례없던 일”이라고 했다.‘
‘KBS 윗선에서 내세운 새 MC는 조수빈이다. 이 일이 논란으로 번지자 조수빈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 측은 전날 공식입장을 내고 “진행자 섭외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며 “‘낙하산’ 표현으로 편향성과 연결 지어 유감”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조수빈 역시 SNS에 “할 말은 많으나 회사 입장으로 갈음한다”고 적었다.‘
KBS PD들 외압에 시달린다고 호소
‘하지만 KBS PD협회 시각은 달랐다. 이들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 따르면, 지난 8일 조수빈 매니저가 직접 KBS 시사교양국장에게 연락해 일정상 녹화 참여가 불가하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기훈석 PD는 “연락이 온 것 자체만으로도 그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누가 조수빈을 기용했냐는 물음에 임원진은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KBS PD들은 “내부에선 매일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고통받고 있다”며 “기사화되지 않을 뿐 우린 프로그램과 제작진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며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애진 PD는 “이전엔 프로그램 제작에만 하루를 온전히 썼지만 지금은 불합리한 제작 지시를 막는 데 힘을 쓴다”면서 “이런 짓을 6~7년마다 되풀이한다. 수신료로 운영하는 국민의 방송 KBS에 숟가락 올리는 사람이 왜 이리 많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2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일각에서는 역사저널 ‘그날’이 폐지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친일 행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역사저널 ‘그날’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많이 다룬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역사저널 ‘그날’ 폐지는 제2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라 하겠다. 최근엔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고 압박해도 윤석열 정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친일매국 정권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김어준의 말마따나 윤석열 정권에 “일본 간첩이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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