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란 말이 있는데, 이번 영수회담이 딱 그랬다. 29일 오후 2시, 전국민의 관심사인 영수회담이 용산에서 열렸다. 보통 초기 장면은 생중계 되는데, 무슨 일인지 나중에 영상이 일부 공개되었다. 윤석열이 겉으론 소통한 척했지만 속으론 감출게 많다는 방증이다.
영수회담을 앞두고 “주로 듣겠다”던 윤석열이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85대 15 수준으로 더 말을 많이 했으나, 핵심인 해병대 수사 개입, 김건희 특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아 속말로 ‘앙꼬 없는 찐방’ 회담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소통하는 척하고 변명만 늘어놓은 윤석열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의료개혁이 필요하다, 앞으로 종종 만나자, 민생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세 가지에 대해서 대승적으로 인식이 같았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으로 민생을 어떻게 개선할지 이견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은 심지어 이재명 대표가 요구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도 거부했다. 말하자면 영수회담에서 윤석열이 수용한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여기 오는데 20분밖에 안 걸렸지만, 실제로는 700일 걸렸다”라고 말해, 그동안 자신이 제안한 영수회담을 8차례나 거부한 윤석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뼈 있는 말에 윤석열이 쓴웃음을 지었다.
할 말 다 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다음과 같은 10개 사안을 건의하거나 시정을 요구했다. 약 15분 동안 진행된 모두 발언에서 이재명 대표는 할 말을 다 한 셈이다. 그때 윤석열은 고개만 끄덕일 뿐, 별 말이 없었다. 마치 국민들에게 자신은 잘 듣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로 보인다.
(1)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2) 추경을 통한 연구개발(R&D) 예산 회복 (3) 국회 논의를 통한 의정갈등 해소 (5) 과도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시정 (6)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 (7) 가족 및 주변 의혹 정리 (8)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 (9) 언론탄압 중지 (10) 외교와 남북관계 전환
언론탄압 작심 비판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께서도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4.10 국회의원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고, "우리 국민들께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도 에둘러 압박
이재명 대표는 김건희 종합 특검을 ‘가족 및 주변의 문제’라 에둘러 말했지만, 윤석열로선 속으로 발끈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건희 문제는 자신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이고, 용산에서 V1은 사실상 김건희란 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김건희를 제대로 수사해 처벌하지 않고서는 윤석열 정권은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 하나 답을 주지 못한 윤석열
이재명 대표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비공개로 전환되자 윤석열은 특유의 장황설을 늘어놓았으나, 모두 핵심을 비켜간 말 뿐이었다. 박성중 민주당 대변인은 회담이 끝나고 “이재명 대표가 답답해 하셨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영수회담 무용론이 대두되었고, 영수회담으로 지지율 반전을 노리던 용산의 계획도 무용지물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 영수회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열렸다. 역대급 총선 참패에도 국민께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던 윤석열이 국정지지율이 23%(한국 갤럽)로 폭락하고 텃밭인 대구와 경북도 긍정 지지율이 25%, 서울도 19%로 내려가자 놀라 부랴부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태도 돌변하여 사정정국으로 치달을 수도
영수회담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고 야당이 공세를 더 세게 펴면 윤석열은 아마 태도를 돌변하여 사정정국으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즉 이재명 대표에 관한 수사를 다시 시작하고, 조국 대표도 조속히 대법원 판결을 열어 구속시키려 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이 그러면 그럴수록 정권의 운명만 앞당겨질 거라는 정망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윤석열이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고 또 다시 야당 탄압에만 열중하면 국힘당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년 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국힘당은 윤석열이 계속 폭압 정치를 하고 민생을 외면하면 할 수 없이 윤석열 탈당 카드를 꺼낼지도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이 탄핵을 주장하면 일부는 이에 동조할지도 모른다.
혹시나 했던 영수회담이 역시나로 끝났다. 윤석열 정권은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비열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고쳐 쓸 문건이 따로 있듯이 고쳐 쓸 정부도 따로 있는 법이다. 따라서 이제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윤석열 탄핵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협치도 인간과 한다. 저들은 악마 그 자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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