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후 유행한 말이 소위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다. 이 말은 ‘출근길 인터뷰’ 정도로 번역하면 알맞을 것이다. 정식 인터뷰는 절차도 복잡하고 준비도 오래 해야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출근하다가 문 앞에 잠시 서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라 절차가 간단하다.
오바마 흉내낸 윤석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장소와 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기자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도되었는데, 윤석열이 아마 그걸 보고 오바마 흉내를 낸 것 같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까다로워지고 심지어 가족 비리에 대해서도 언급되자 윤석열은 차츰 기자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도어스테핑이 사라진 결정적 이유는 MBC가 보도한 ‘바이든-날리면’ 사건 때문이다. 그 일로 윤석열 정권은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게 했다. 그후 MBC 기자가 대통령실 앞에서 슬리퍼를 신고 와 소동까지 벌이자 도어스테핑을 없애버린 것이다. 사실은 기자들의 질문이 귀찮고, 주요 정책에 대해 잘 몰라 무지가 드러날까 염려한 것 같다.
진정한 소통은 경청하는 것
윤석열 딴에는 도어스테핑을 하면 자신이 국민과 소통을 잘 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것이라 착각한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도어스테핑이 불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버렸다. 진정한 소통이란, 민심을 잘 경청하고 잘못된 것을 바꾸는 것이지, 기자들 앞에서 ‘구라’를 늘어놓는 게 아니다. 60분 중 59분 동안 혼자 말한다는 윤석열은 ‘잡학다식’하지만, 정작 인문학적 지식이 전무하고, 사용하는 언어도 수준이 낮다.
무식은 죄악
세계 지도자 중 ‘RE100’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윤석열 뿐일 것이다. 윤석열은 심지어 ‘맥아더 포고령’도 몰라 이재명 대표가 고향 안동에 내려가 “미국이 점령군으로 왔다”하고 말한 것을 비판하다가 맥아더 포고령에 점령군이란 말이 세 번 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입을 닫았다.
하긴 대학생들에게 “앞으로는 휴대폰으로 기업 취업 정보를 아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라고 말한 윤석열에게 뭘 더 기대하겠는가? 휴대폰으로 기업 취업 정보를 아는 것은 이미 2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윤석열은 대선 때 “앞으로 고등학교도 외고, 과학고, 예술고로 구분해서 모집해야 한다”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런 윤석열이 수능 킬러 문항 어쩌고 했으니 기가 막히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책 한 권 읽은 남자’란 말이 그후 생겼다. 정치 지도자에게 무식은 죄악이다.
건전재정 강조해 놓고 1000조 공약
윤석열은 여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해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국무회의 때는 정부의 정책은 옳았는데, 국민들이 잘 알아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걸핏하면 건전재정을 강조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을 빙자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윤석열이 내건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약 1000조가 든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윤석열이 한 말이 전부 ‘공수표’란 걸 알기에 이번 총선에서 국힘당을 심판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수손실만 56조이고, 지난해 적자만 87조가 났는데 무슨 돈으로 그 많은 공약을 지키겠는가.
집값 하락, 주가 하락도 성과인가?
윤석열은 집값이 떨어진 것도 자기 공으로 돌렸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것은 기존 아파트마저 분양이 안 되고, 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이지, 윤석열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 아니다. 지금 전국에는 약 6만 채의 아파트가 미분양되어 대형 건설사들도 부도 위기에 빠져 있다. SBS 모기업인 태영건설이 부도 위기에 놓였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은 "공매도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기준을 상향하여 증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자랑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추락하고, 세수 손실만 늘고 있다. 거기에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종부세 인하까지 해주어 부자감세 정부란 말을 듣고 있다. 그 시각 서민들은 돈을 빌리지 못해 도산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호황, 한국만 불황
윤석열 정권은 수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했지만, 대중국 수출이 이미 20% 넘게 감소하였고, 반도체 수출은 40%나 감소하였다. 무역수지 적자에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 실질소득이 준 정부는 윤석열 정권이 유일하다. 반면에 일본과 미국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윤석열이 자랑한 외교는 퍼주기 외교였다. 부산엑 스포를 29 대 119 참패를 보라. 그런 걸 ‘빛 좋은 개살구 외교’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 공약은 표플리즘?
윤석열은 이재명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전국민 25만원 지급에 대해 “현금 지급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전체주의란 뜻을 알고 있을까? 걸핏하면 반국가 단체, 공산전체주의라 하니 묻는 말이다.
고쳐 쓸 정부는 따로 있다
그래놓고 자신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1000조 공약을 했으니 어느 국민이 국힘당 후보를 찍고 싶겠는가? 대파 가격도 제대로 모르고 퍼포먼스를 하다 총선을 말아먹고 무슨 민생타령인지 모르겠다. 무능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되는데, 총선에 역대급 참패를 당하고도 어깨에 힘주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고쳐 쓸 정부는 따로 있다”고 일갈했겠는가?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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