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타들어 가고 있는 곳의 맞은편에 일부러 불을 놓아 거센 불길을 잡는 것과 같이 난관에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려는 방법’을 흔히 ‘맞불작전’이라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검사독재 타도’를 외치자 국힘당이 ‘운동권 청산’을 외친다거나, 민주당이 김건희의 명품수수를 공격하자 국힘당이 경기도 법인카드를 다시 들고 나온 경우가 대표적인 ‘맞불작전’이다.
그런데 ‘맞불작전’을 잘못 펼치면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 북한이 연일 동해에 미사일을 쏘아대자 이에 대응한답시고 우리 군도 미사일을 쏘았는데, 무슨 일인지 미사일이 반대로 돌아 우리 군부대를 타격하였다. 그 유명한 ‘강릉선제타격’ 사건이다. 그런데 최근 영화 두 편이 서로 맞붙어 화제다.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1400만 명을 동원하여 역대급 흥행을 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에서 이승만의 건국을 다룬 ‘건국전쟁’이란 다큐 영화를 내놓았다.
영화 ‘서울의 봄’ 1400만 동원에 긴장한 수구들
전두환 일당의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1400만 명이 넘은 역대급 관객을 동원하자 신기하게도 조중동이 먼저 긴장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 20대와 30대 관람객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수구들은 그동안 20대를 상대로 보이지 않게 보수화 작업을 시도했다. 각 대학에 대학생 청년 당원을 모집해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졸업 후 입당시켜 청년 정치인으로 키우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게 ‘이준석 키즈’들이다. 그 바람에 ‘20대 보수화’란 말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이들 상당수가 윤석열을 지지했다. 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20대 보수화로 국힘당은 재미를 좀 보았으나, 윤석열이 소위 ‘체리따봉’으로 이준석을 축출하자 이 20대 남성들이 대거 이준석 신당으로 이동하였다.
청년들 ‘서울의 봄’ N차 관람으로 윤석열 정권에 저항
그런데 영화 ‘서울의 봄’이 상영되자 신기하게도 20대와 30대들이 대거 극장으로 모여 들었고, 일부 청년들은 ‘N차 관람’이라 하여 영화를 여러 번 보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 영화가 수구들을 더욱 긴장시킨 이유는, 영화 속에 나오는 ‘하나회’가 현재 윤석열 검찰의 ‘특수부’와 너무나 닮았다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두환이 일으킨 12.12 군사 반란이 1979년에 일어났으니까 벌써 45년이 지났다. 따라서 현재의 20~40대들은 역사 교과서에서나 잠깐 배웠을 뿐, ‘하나회’가 존재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자 전두환의 ‘하나회’가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두 시간 반 동안 박진감 있게 전개되는 극적요소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도 흥행에 한몫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청년 세대가 이 영화로 하여 부모 세대가 겪은 군부독재 시절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열했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국힘당이 두려워하는 이유다.
국힘당의 웃기는 맞불작전
영화 속 ‘하나회’가 현재 윤적열 정권의 검찰 특수부와 같다는 말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긴장한 곳이 또 한 곳 있었으니 거기가 바로 국힘당이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의 봄‘이 혹시 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한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이 대선 때 전두환을 칭송하다가 ‘개사과’를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그 불똥이 선거로 튈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한동훈이 최근 상영된 영화 ‘건국전쟁’을 보고 이승만에 대해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이다“라고 칭송했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보고 국부로 모시는 국힘당의 역사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승만이 친일파 청산을 위해 만든 ‘반민특위’ 설치를 방해하고 결국 해체했으며, 3.15 부정선거를 자행해 4.19가 일어나 하야하고 화와이로 도망갔다는 점에서 그를 국부로 모시는 것은 문제가 많다.
헌법전문 위배한 수구들
우리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하는 부분이다. 4.19는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3.15 부정선거로 촉발했고, 4.19로 이승만은 하야한 후 미국으로 도망갔다. 따라서 국힘당과 한동훈이 그런 이승만을 국부로 칭송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은 헌법전문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힘당은 1948년을 건국의 해로 보고 이른바 ‘건국절’을 주장하는데, 이것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1919년 건립)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전문을 위배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부터 고개를 든 소위 ‘뉴라이트’ 세력이 박근혜를 거쳐 현재 윤석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이 한국을 발전시켰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신봉하는 자들로, 이들이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를 허용하고,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서 철거하게 했다.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은 “이완용도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막말까지 하였다.
청년들 ‘건국전쟁’ 보면 관람비 전액 돌려줘 논란
한편 국힘당에서 청년들에게 ‘건국전쟁’을 보도록 독려한 가운데, 영화 제작사가 40대 미만의 청년들이 영화를 보면 나중에 관람비 전액을 돌려주고 있어 ‘선거용 이벤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트루스포럼’이란 곳에서 제작되었는데, 이곳은 2017년 서울대 출신 대학원생 중심으로 만들어진 보수 단체로, 이 단체가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제작사는 "표 사재기가 아니고 관람 지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영화진흥위원회는 "시장교란행위인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현재 트루스포럼을 통해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1500명에 달한다. 교묘한 선거운동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선관위는 즉각 나서 반환되는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다. 살다 살다 이런 선거 운동은 처음 본다. 혹시 그것도 이승만에게 배운 것인가? 역사를 두려워하라. 차라리 제목을 ‘건국전쟁’이라 하지 말고 ‘표얻기 전쟁’이라고 하라.
그런다고 20대~40대가 국힘당을 찍을까? 김건희 명품수수에 대해 사과도 안 하고, 사과는 한 개에 만 원인데도 물가도 못 잡은 윤석열 정권이 누구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한동훈이 ‘통닭쇼’를 해도 ‘연탄쇼’를 해도 분노한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이 어디서 돈을 받아 처먹었는지 ‘박빙’ 운운하지만 강서구청장 선거가 그랬듯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