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때 삼성제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국내 모든 분야에서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심지어 삼성의 이미지 광고에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라는 카피를 사용하여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그런 삼성이 스포츠에서서 조차 1등을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삼성프로야구단은 2010년대 초반 정규리그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구며 무적의 군단으로 KBO리그를 석권한 바 있다. 프로축구 수원삼성 또한 FA컵 5회우승과 정규리그 6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구단이기도 하다. 한때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한 구단이기도 했다. 삼성 썬더스 농구단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던 농구단은 문경은 이상민 등을 보유하며 매년 우승은 아니더라도 항상 우승권 전력으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삼성화재배구단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블루팡스 배구단은 신진식과 김세진을 보유하며 9년 연속 우승이라는 거대한 금자탑을 남긴 팀이기도 했다. 그들이 은퇴한 이후에도 한동안 배구단의 명성은 계속되기도 했다.
그렇게 1등주의를 고집하며 영원할 것만 같은 삼성스포츠단도 몰락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는 10개구단 중 8위에 머물러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했으며, 수원삼성 축구단도 2023시즌 K리그1 12개팀중 12위에 머물렀다. 농구단 역시 22 ~ 23 시즌 10개 팀중 10위를 기록했다. 배구 또한 7개 팀중 7위에 머물러 삼성스포츠단이 집단으로 몰락한 해가 되기도 했다.
잘나가던 삼성스포츠단이 어쩌다가 이렇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우선, 삼성 스포츠 몰락의 신호탄은 제일기획으로 통합운영을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삼성 스포츠 왕국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탄 건 2010년대 중반부터다. 삼성그룹이 2014년부터 산하 스포츠단의 통합 관리를 추진하며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팀들의 지분을 합쳐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후 각 종목에서 부진한 성적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게 2016년 무렵이다. 돈벌이에 넉넉하고 여유가 있었던 삼성전자나 삼성화재 등에 비해 규모면이나 매출면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는 제일기획에서 운영을 맡았으니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수원 삼성 축구단 등 삼성의 스포츠단은 과거 막강한 자금력과 투자를 앞세워 리그를 호령하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구단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다 할 투자 행보를 보이지 못하며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다.
둘째, 과거 서로 다른 계열사에서 운영하던 스포츠단을 제일기획에서 통합운영하는 방식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은 외부의 경쟁뿐만 아니라 그룹내 계열사끼리의 경쟁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보험업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경쟁의식이나 그룹내 금융계열사와 전자계열사간의 라이벌의식이 스포츠단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삼성화재 배구단이 우승하면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축구단도 우승해야 내부에서 자존심을 챙길 수 있었지만 제일기획에서 통합 운영하는 스포츠단은 우승을 향한 열망이나 경쟁의식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셋째, 스포츠단 운영이 과거처럼 삼성의 매출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인식도 스포츠단 운영에 소홀한 부분이다. 과거 국내에서만 잘 나갔던 삼성은 스포츠단 운영을 통해 삼성에 우호적인 팬을 확보하면서 매출에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은 스포츠단 운영이 매출로 연계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삼성은 한때,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고 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신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이러한 신경영은 다름 아닌 노동자들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이루어 진 것이었다. 이러한 모토는 일등주의와 연결되었고 결국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을 강조하면서 7.4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회사를 향한 충성심보다는 돈을 향한 충성심으로 일을 하도록 만들어 버렸으며,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삼성스포츠의 몰락은 자본주의 스포츠의 몰락을 보여주는 단 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승리와 우승을 돈으로 살수 있다는 얄팍한 속셈에서 벗어나, 이제는 승리를 향한 열정과 우승의 감동을 팬들에게 전해주는 진정성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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