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궁지'..오바마 "'인명 경시' 역풍 맞을 것"이스라엘, 지상전 앞서 주민에 "남부 이동"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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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잔해가 흩어지고 있다. 연합뉴스/AFP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지상전을 위한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민간인들에게 가자 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피란을 거부하고 있다.
가자 지구 주민 210만명 중 170만명 이상이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현재 이스라엘 영토인 고향에서 쫓겨나 피난 온 난민 후손이다. 전쟁으로 72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사건을 '재앙'으로 부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자 지구 북부 주민 수십만명이 '실향 트라우마'로 인해 이스라엘군 공습에도 떠나길 거부하며 집, 병원, 교회 등에서 대피 중이다. 현재 이스라엘 남부 영토인 고향에서 가자 지구 북부로 강제 이주된 한 가족은 "죽으면 죽는 거다. 더는 상관없다"라며 피란을 거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격에 대해 "인명 손실을 무시하는 어떠한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도 결국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에 올린 <이스라엘과 가자에 대한 생각>이란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먼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판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도 "전 세계가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가자 폭격으로 사망했고, 그들 중 다수가 어린이다. 수십만 명이 강제로 집을 떠났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가자 지구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건물에서 대피하는 모습. AP/연합
오마바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서도 "갇혀 있는 민간인들에게 식량과 물, 전기를 차단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은 커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태도를 여러 세대에 걸쳐 더 굳어지게 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약화하고 (이스라엘이) 적들의 손에 놀아나게 하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려는 장기적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시기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우리가 추가적인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면서 하마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을 독려하는 일"이라며, 미국이 적극 나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관철시킬 것을 주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몇배나 많은 민간인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