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원웅 전 광복회장 숙원 '친일청산 3법' 제정될까?조선일보 등이 제기한 수익금 횡령혐의는 지난 9월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 받아[국회=윤재식 기자] 지난달 30일 ‘친일잔재 청산’에 앞장섰던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암 투병 중 향년 78세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독립 운동가였던 부모를 둔 태생적 배경으로 2019년부터 광복회장직을 맡아 숙원이던 친일잔재 청산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이었지만 그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보수 언론과 단체 그리고 일부 광복회원들에게서 마저 지속적인 비난과 압박을 당해왔다.
결국 그는 지난 2월 광복회 회장 직위를 이용한 금전적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회장은 사퇴 입장문에서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이며 민족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고 강변하며 자신이 불명예 퇴진을 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조선일보 같은 친일반민족 언론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을 제기해왔으며 올해 초 TV조선에서는 광복회에서 운영하던 카페의 운영 수익금 4천500만 원을 김 전 회장이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 운영 수익금 횡령은 증거불충분으로 지난 9월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광복회 회장이었을 당시 친일 청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위해 일제 미화, 독립운동 폄훼 금지 등 내용을 담은 역사왜곡금지법, 친일인사 국립현충원 묘지정리에 관한 국립묘지법과 친일 인사 서훈을 취소하는 상훈법 등 이른바 친일청산 3법 제정을 주창했고 그가 이끌던 당시 광복회는 지난해 2월 해당 법안을 여야 5개 정당에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오랜 숙원을 이루기 위해 그토록 제정되길 바라던 친일청산 3법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역사왜곡금지법은 일제강점기 등 관련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 폄훼하거나 피해자 및 유가족을 이유 없이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8년 20대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사용금지’ 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최초 발의되었지만 제정되지 못했다.
이후 21대 국회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양향자 의원(현재 무소속)이 2020년 6월 자신의 1호 발의 법안으로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지난해 5월14일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일제 감정기 뿐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해자 및 유가족을 모욕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양 의원은 일본의 반도체소재 규제 당시 20대 국회 경제침략대책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역사 왜곡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해당 법안을 자신의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의 경우에는 양 의원의 법안보다 일제감정기 시대 왜곡에 대한 금지를 집중화해 5.18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내용을 빠졌으며 처벌 수위는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이전 발의 됐던 법안들보다도 대폭 상향했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을 실현하기 위해 역하에 대한 왜곡행위 및 일본제국주의 찬양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동조한 행위 금지 ▲일제 지배하의 벌어진 폭력과 인권유린을 찬양 고무 선전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금지 ▲일본제국주의 상징 군사기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 ▲역사 왜곡 등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한자에 대한 배상 의무 악의적인 경우 손해배상액은 5배까지 확대 등이다.
두 번째는 친일인사 국립현충원 묘지정리에 관한 국립묘지법 개정안 이른바 ‘파묘법’이다. 해당 법안은 일제 감정기 당시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제 간도특설대 출신으로 알려진 백선엽 장군 사망 후 불거졌으며 2020년 7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김홍걸 의원 (현재 무소속)과 같은 해 8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권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행 국립묘지법에서 국립묘지안장이 제외되는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특정 범죄를 범해 실형을 선고 받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로 한하고 있다.
김홍걸 의원이 발의한 ‘파묘법’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서훈 취소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했고 이미 안장된 사람은 보훈처장이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을 명하도록 하는 조항역시 신설했다.
김 의원은 법 발의 당시 “국가유공자와 함께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자들이 함께 국립묘지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파묘법안의 경우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사람 중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했다. 또 파묘법의 취지에 맞게 국가보훈처장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 외 장소로 이장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상훈법 역시 김홍걸 의원이 2020년 8월 발의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서훈을 취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인사 또한 우리나라 국격을 훼손시키면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김 의원실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 서훈을 받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45명이나 되며 이들 중 친일행위로 서훈이 취소된 6명을 제외한 39명의 서훈은 유지되고 있으며 기시 노부스께, 고마다 요시오 등 일본 A 금 전범 용의자부터 일본의 혐한 극우 인사들도 다수 우리 정부의 서훈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친일 청산3법은 아직도 국회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고 회기가 지나 폐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제75주년 8.15 광복절 경축 기념사와 2021년 신년사 등에서 “친일 반민족 인사 69명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파묘법 등 친일 청산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하던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불명예스러운 사퇴로 인한 공백에 친일청산 3법 제정에 대한 원동력을 일부 잃었다는 점도 있지만,
해당 법안이 발의될 당시부터 “반일정서는 시대착오적 국수주의이며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편 가르기”라며 반발해오던 친일기조의 국민의힘이 이제는 집권 여당이 된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자민련 의원시절 친일청산법 발의에 공식적으로 반대했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현재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정부에 신망 받으며 면장으로 부역하던 친일파 오오타니 마사오 (정인각)의 손자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 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는 ‘식민사관적’ 글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대표적 친일파 이완용은 3.1운동 두 달 후인 1919년 5월30일 매일신보에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구한국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역사적으로 당연한 운명과 세계적 대세에 순응키위한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이기에 단행된 것”이라는 정 의원의 글 취지와 같은 내용의 글을 앞서 기고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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