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수백명의 시민을 살육" 전두환 사망 보도에...네티즌 "민족정론지다"

죄수복 사진과 '5·18 당시 공수부대와 장갑차를 보내 수백명의 시민을 살육했다'는 이력도 소개

백은종 | 입력 : 2021/11/24 [00:24]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학살자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군 장성 출신 독재자가 서울 자택에서 90세를 일기로 숨졌다"라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전두환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으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와 장갑차를 보내 수백명의 시민을 살육했다는 이력이 소개됐다.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NYT의 기사를 칭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NYT)의 학살자 전두환사망 보도를 두고 "민족정론지"라며 칭찬했다. 특히 NYT가 기사 제목에서 전두환을 '전 군부독재자(Ex-Military Dictator)'라고 지칭했으며,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는 부분에 환호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22일 전두환의 부고 소식을 전하면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군사독재자'라는 표현을 썼고, 죄수복을 입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뉴욕타임스 캡처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들은 전두환의 죽음을 전한 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표현이 엇갈려 보도됐다. 관련 부고 기사는 이미 오래전 담당기자들이 써놓은 상태라, ‘사망’과 ‘별세’라는 마지막 표현을 놓고 깊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담백하게 ‘사망’으로 보도한 매체는 〈중앙일보〉〈동아일보〉와 KBS MBC SBS 등이었다. 반면 ‘별세’로 높여부른 매체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세계일보〉〈머니투데이〉 등이었다.

 

또한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과 직위를 발라낸 채 달랑 '씨'만 붙여 보도하는 매체로 나뉘었다. KBS MBC SBS 등 공중파와 JTBC YTN 등 종편 및 〈한겨레〉〈경향신문〉이 '씨'를 붙였다.

 

 

세계 주요 외신들이 전두환의 사망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대부분 그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해 5·18 민주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군부 독재자라는 점을 조명했다. 사망 직전까지 거액의 추징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는 내용도 다뤘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AP통신·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NHK 등은 전두환이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다가 향년 90세의 일기로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NYT는 "한국에서 가장 비난받는 전 군부 독재자가 90세로 사망했다"며 "그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철권으로 나라를 다스린 인물"이라고 전했다.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계엄령을 선포해 반체제 인사들을 구금하고 고문한 사실도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에서 전두환의 이름은 군부 독재와 동의어처럼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5·18 민주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로 인해 수천명의 학생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전두환이 수만명을 구금하고 무자비한 진압으로 집권력을 키웠다"고 전했다.

 

NYT는 "황금 시간대 TV 뉴스가 항상 전두환의 일상을 소개하는 보도로 시작됐다"며 "전두환과 닮은 외모 때문에 한 배우가 연예계에서 퇴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1995년 진행됐던 전두환의 독재 행위에 대한 '세기의 재판'도 언급했다. 그가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뇌물죄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1997년 김대중 정권의 '국민 통합' 기조에 따라 사면받았다고 전했다.

 

NYT는 전두환이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과 함께 추징금을 미납한 채로 사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냉장고와 개 두 마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것을 압수하기 위해 그의 집을 수색했지만 추징금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역시 전두환을 반역죄와 부패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전이 자신이 일으킨 쿠데타는 국가를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만약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반복되면 똑같은 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도 소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숨을 거둔 전두환의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을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전두환 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며 “이 중대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씨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 도중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표현에 대해 “우선 ‘전두환 씨’라고 하는 것이 맞겠죠, 대통령 예우에서 박탈당했으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두환 칭송’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니까 가야 하지 않겠나”라라며 "유족과 돌아가신 분에 대해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조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자신의 국정운영 멘토이자 롤모델이 '전두환'임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하지만 이날 대선 경선 참여 후보들이 조문을 만류하면서, 2시간만에 조문계획을 돌연 '없었던 일'로 뒤집었다. 이에 비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한국사의 싫든 좋든 많은 여러 가지 논란을 보였던 분이고 한국사의 한 장면을 기록했던 분으로,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나신하 KBS 기자는 이날 "기사에 '전두환 씨'라 썼다고 비분강개한 공영방송 기자들이 있었다"며 "전두환의 업적을 칭송한 전직 검사가 제1야당 대선후보다. 퇴행의 역사를 이끄는 족속 제일 앞에 정치인-기자-검사 따위가 있다. 내 양심은 그런 류의 명복을 빌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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