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많이 듣는 말 중에 “너만 정의냐”라는 말이 있다.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너만 정의냐?’라니’ 정의가 박장대소 졸도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말 할 것은 있다. 늘 마음속에 다짐하는 것이 있다. 나쁜 짓 하지 말자. 죽는 경우가 아니면 거짓말 하지 말자. 사실 이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다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얼마나 힘드는 다짐이냐.
이미 여러 번 고백을 했지만 살아가면서 부끄러운 일도 많았다. 마이크 메고 취재 나가면 수고했다며 수고비를 준다. 수고는 무슨 수고. 솔직히 방송 잘 내달라고 주는 뇌물이나 다름없다. 아니 뇌물이다.
지금이야 수고비든 뇌물이든 봉투가 오고 가는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그 때는 그것이 관행처럼 여겼기에 양심의 통증도 별로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봉투가 얇으면 겨우 요거냐 하고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았던 기억이다.
인간은 많은 결함을 지녔다. 그것이 변해 바르게 살려는 것으로 바뀐다면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흠결을 벗어버리고 훌륭한 분으로 존경받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은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술 중독자였던 내가 술을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 단주를 해서 친구들이 독한 놈이라고 했다. 농담 좋아하시는 노무현대통령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따라 준 반주를 끝내 안 마시는 날 보고는 대통령이 따른 술도 한 잔 안드느냐며 참으로 지독하다고 하셨다. 옆에 동석했던 권여사가 왜 안 드시는 술을 강권하느냐며 남자들은 참 이상하다고 농담을 했다. 그리운 추억이다.
### 노무현의 지지율.
노무현 대통령은 대범했다. 겁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고약한 힘 센 애한테 잘못도 없이 맞았다. 다음날 그 애와 싸우고 그 다음날 집 앞에서 기다렸다 다시 싸우고 마침내 무릎 끓고 사과를 받아낸 다음에야 싸움을 끝냈다고 한다.
대통령출마를 선언했을 때 지지율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태연했다. 운동원들이 걱정을 하면 대통령 안하면 된다며 웃었다. 우리들은 걱정 안했다.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란 무엇인가. 바로 국민을 믿는 것이다. 우리도 국민을 믿었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다.
한밤중에 차도 안 다니는 산골 유권자 영감님 댁을 찾아 지지를 부탁했을 때 영감님은 내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거제도 인근 섬에 사시는 어부 노인은 조그만 어선을 타고 와서 지지했다. 지지자들이 모은 돼지 저금통을 삼륜차에 싣고 노래를 부르며 운동본부로 들어오면 우리는 밤 새 동전을 세며 울었고 우리는 그렇게 운동을 했고 승리했다.
우리에겐 믿음이 있었다. 여론이란 바람에 날리는 낙엽 같은 것이다. 바람 한 번 크게 불면 전부 날라 간다. 그 때 우리들의 믿음은 국민이었다. 신앙이었다. 무엇으로도 무너트릴 수 없는 믿음이었다.
### 어떤 사람을 지지하는가.
어느 날 나를 찾아온 상대 운동원이 내게 부탁했다. ‘선생님 그만큼 하셨으니 이제 그만 하시죠. 편히 쉬고 계시면 다음에.’ 다음에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의미를 안다. 알았다니까 고맙다며 갔다. 오해다. 알았다는 것은 니 말을 들었다는 의미다.
국민이 안된다고 하면 못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이다. 나는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 꼼꼼히 따진다. 성장과정, 일상생활에서 처신, 정치입문 후에 활동행태, 하나도 빼지 않고 기록한다. 그 후에 결정한다. 지금도 노무현대통령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이 아시는 분은 좋은 분들이 많아요.’
어느 자리에서 어느 검사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당연히 승진할 사람인데 출신학교가 걸린다고 했다. SKY가 아니다. 화가 났다. 얼마 후 그는 승진했다. 자신도 놀랐을 것이다. 인사는 공정해야 한다. 장관을 지낸 어느 장성이 내게 한 말이 있다.
“선생님. ‘진실’과 ‘거짓’이 달리기를 했습니다. 출발하자 거짓이 훨씬 앞 서 달려갔습니다. 결과는 보나마나라고 했습니다. 결승지점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진실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승리했습니다. 거짓은 중도에서 기권했습니다.”
###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정의.
누구를 지지하던 그건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도 자유다. 어제 너무나 놀랐다. 천년을 지나 온 옥수에서 매일 목욕하던 선녀가 목욕을 멈췄다. 배가 고팠나.
사람들이 놀랐다. 돼지우리에서 선녀를 발견했다. 수 십 마리에 돼지들과 먹이 싸움을 벌이는 선녀를 보며 정의가 탄식했다. ‘정의는 죽었다.’ 정의도 먹고 살아야 하는가.
그런가. 아니다. 정의는 죽지 않는다. 그래서 정의다.
이 기 명(고 노무현대통령후원회장)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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