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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가짜미투 보도 강진구 '탐사전문기자직' 박탈..편집국장 "조직원으로 일해라"

"진실보도를 사시로 하는 경향신문에서 진실보도보다 조직원으로서 추구해야할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정현숙 | 기사입력 2020/10/06 [17:59]

경향, 가짜미투 보도 강진구 '탐사전문기자직' 박탈..편집국장 "조직원으로 일해라"

"진실보도를 사시로 하는 경향신문에서 진실보도보다 조직원으로서 추구해야할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정현숙 | 입력 : 2020/10/06 [17:59]

‘박재동 화백 기획 미투’ 보도 기사로 '경향신문'에서 지난달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한달만인 5일 출근을 했으나 날벼락을 맞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그에게 “탐사전문기자직을 박탈한다"라고 통보했다.

 

강 기자는 "박 화백 사건을 통해 경향신문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이상 더이상 (회사가) 나에게 탐사보도를 맡길 수 없다는 거"라고 상충된 이해 관계를 밝혔지만 탐사전문기자가 '식물기자'로 전락했다는 쓰라린 속내를 감추치 못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출근 후 탐사전문기자직 박탈을 편집국장으로 부터 통보 받고 '식물기자'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경향에서 2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한 그에게는 봉변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고 충격도 컸을 것이다. 

 

경향신문이 지난 7월 29일 오전 보도했다 삭제한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와 SBS 방송화면

 

앞서 강 기자는 지난 7월 박재동 화백 가짜미투 의혹을 보도했으나 경향신문은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면서 일방적으로 삭제 조치했다. 당시 강 기자는 "기자의 본분은 진실을 찾아 보도하는 것이고 미투 운동도 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라면서 "구체적인 팩트(사실관계)에 기반한,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 의심까지 '2차 가해' 우려라고 하면, 미투를 빙자한 언론 탄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후 강 기자는 SNS와 외부 유튜브 방송을 통해 기사 삭제를 비판했다. 자신이 쓴 기사는 ‘합리적인 의심’을 기반으로 한 ‘가짜 미투 의혹 제기’이며,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후배권력’ 때문에 기사가 부당하게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직 후 첫 출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라며 "하지만 본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정직 30일간 저의 첫 출근을 손꼽아 기다리던 제보자들과 통화를 마치고 노트북을 막 펴려는 순간 편집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탐사전문기자직을 박탈하겠다는 통보였다"라고 적었다.

 

그는 "kt&g 신약사기 사건도 마무리 져야 하고 모든 인생을 걸고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제보자들이 있다"라며 "탐사기자로서 타이틀을 떼는건 그렇더라도 기자로서 해야 할일을 중단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국장은 단호했다"라고 했다.

 

이어 "국장은 기자로서 해야할 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의무라고 한다."라며 "도대체 진실보도를 사시로 하는 경향신문에서 진실보도보다 조직원으로서 추구해야할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그는 "‘누가 더 경향신문 사시(社視)에 충실한지는 앞으로 사법적 판단이 있을 것 아니겠나’고 하자 국장은 '사법적 판단은 기사가 잘못이나 아니다를 판단하는게 아니다. 그거는 가짜미투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기사를 쓰면 안된다'고 했다"라며 "점점 더 경향신문이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조직원으로서 내가 간과하고 있는게 뭔지 알기 어려워졌다"라고 거듭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장 말대로라면 박재동 화백사건이 가짜미투로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내 보도는 잘못됐고 기사삭제는 정당하다는 것"이라며 "국장은 그것이 경향신문 조직원 전체의 뜻이고 자신이 국장으로 있는 한 지켜야할 원칙이라고 한다. 혹시 내가 페이스북에 쓴 글에 대한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봤느냐는 질문에 '그건 내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 안본다. 보내주는 사람한테도 보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경향신문을 바라보는 외부의 건전한 비판, 기자의 진실보도 의무를 강조하는 제 주장에 국장은 시종 조직의 문화와 조직의 가치로 반박을 했고 결국은 더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웠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30일간의 정직은 시련의 끝이 아니었다"라며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 강진구를 ‘식물기자’로 만드는 결정이 당연히 국장혼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 같고, 정말 경향신문 경영진들이 저 한명 찍어내려고 조직 전체를 점점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라고 했다.

 

강 기자는 "서울중앙지법은 제 징계무효확인 사건을 단독재판부에서 합의부로 재배당했다"라며 "그 만큼 사안을 무겁게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 소송결과나 박재동 화백 항소심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사측은 쉽게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라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저역시 쉽게 타협할 생각은 없다"라며 "지금은 비록 소수일지 모르나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응원해주는 뜻있는 후배들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오늘 첫 출근의 성과"라고 애써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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