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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체교육' 폭로한 한은상..'증언 조작' 위해 10대 아들 볼모까지

"한명숙 재판 증언 조작.. 의도대로 답변과 진술을 못하자 수사관이 윽박지르고서 큰소리"

정현숙 | 기사입력 2020/05/26 [10:30]

'검찰 집체교육' 폭로한 한은상..'증언 조작' 위해 10대 아들 볼모까지

"한명숙 재판 증언 조작.. 의도대로 답변과 진술을 못하자 수사관이 윽박지르고서 큰소리"

정현숙 | 입력 : 2020/05/26 [10:30]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 한명숙에 불리한 증언 하도록 모해위증교사"

최강욱 "증거 조작을 넘어 증인을 조작하는 정치검찰"

 

 

25일 뉴스타파가 '한명숙 사건' 5번째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 기사에서 '한만호 비망록'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인인 죄수 한은상 씨의 육성 인터뷰와 편지 등을 공개했다. 

 

앞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핵심 증인이었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 제 검찰 진술은 조작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핵심 증인이 말을 바꾸자 위기에 몰린 검찰은 마약 관련 수감자 최모 씨와 사기 혐의로 수감돼 있던 김모 씨 2명을 추가 증인으로 내세워 반격의 카드로 삼았다. 이들은 법정에 나와 한만호의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며 검찰의 기소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증언을 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구치소에 한 전 대표와 함께 수감돼 있었다. 수감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검으로 한 전 대표와 같이 출정을 나가게 되며 친해졌다고 한다.

 

당시 언론들은 두 사람의 증언을 대서특필했고 한만호 전 대표의 주장의 설득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말고도 구치소에서 한 전 대표의 말을 들었다는 한은상 씨가 있었다. 

 

그를 인터뷰한 MBC와 뉴스타파에 따르면 실명을 거리낌 없이 밝힌 한은상 씨는 한만호 대표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가장 가깝게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경제사범으로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으로 그의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검찰 측 증인이었던 죄수 최 씨와 김 씨를 포함해 자신까지 3명을 검찰이 불러 한만호의 법정 증언을 탄핵하기 위한 진술 연습을 시켰다는 것이다. 한은상 씨는 최초에 협조를 거부하자 아직 미성년인 아들과 조카를 별건으로 수사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도 했다.

 

‘3명이 마음먹고 모의하면 길거리에서 호랑이가 나왔다는 거짓말도 사실처럼 될 수 있다’는 ‘삼인성호’ 방식으로 검찰이 ‘집체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법정에 나가 증언했다가 부족하면 최 씨가 두 번째로 나가고 그래도 모자라면 한은상 씨가 마무리하는 식이다. 

 

MBC는 한은상 씨와 지난 22일 서면 인터뷰를 했다. 한 씨는 지난 2010년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한만호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검찰이 한명숙 사건을 조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은상/서면 인터뷰] "(한만호 대표가) 언론에서 유포되고 있는 모든 게 허위 피의사실이라고, 한명숙 전 총리님을 서울시장에 낙선시키기 위한 중앙지검 특수부의 공작이라고 지속적으로 하소연했다."

 

그런데 2010년 12월 20일, 한만호 대표가 법정에서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하자 자신을 회유했다고 한다. '한만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거짓 증언을 해주면, 다른 사건을 봐주겠다고 했다는 거다.

 

[한은상/진술서] "(검찰 수사관이) 진술에 협조 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증인으로 나가고서 잘 증언하고 나면 제 추가 사건을 유야무야 끝내주겠다는 등 각종 제의를 했다."

 

한은상 씨가 한동안 버티자 검찰은 가족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열아홉살밖에 안된 자신의 아들과 조카까지 별건으로 조사하겠다며 검사실로 소환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아들을 볼모로 잡고서 이런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부정의한, 양아치 짓을 하는 것을 보고서 출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한은상 씨 아들/화상인터뷰] "(2011년 2월) 그 정도쯤에 제가 검사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근데 묻거나 조사한 건 따로 없고 불러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한은상/서면 인터뷰]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고. 울분을 불러일으켰었지만 이 악물고서 제가 갑이 될 때까지 참기로 다짐한 기억이 난다."

 

검찰에 협조하기로 마음을 먹은 한은상 씨는 같은 구치소에 있던 김 씨와 최 씨와 검찰에 불려 나가 이른바 검찰의 '단체 교육'을 받았다. 한명숙 사건은 조작됐다는 한만호 대표의 법정 진술이 위증이란 걸 입증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장소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영상녹화실, 검찰이 PC로 진술서를 만들면, 세 명이 이를 보고 베껴써서 자필 진술서를 만들고, 이 진술서로 같이 말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방식으로 한 씨는 “할리우드급 연기”였다고 술회했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

 

[한은상/서면 인터뷰] "집체 교육형식의 조사를 받았다. 전혀 모르는 생소한 내용이다 보니 제가 제대로 의도대로 답변과 진술을 못하자 수사관이 윽박지르고서 큰소리를 여러 차례 친 기억이 나고…"

 

심지어 당시 특수부 부장검사들이 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유리창문으로 지켜봤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후 김 씨와 최 씨는 실제로 검찰 측 증인으로 각각 2011년 2월과 3월 법정에 나가 한만호 대표가 진술을 번복한 건 허위라는 취지의 증언을 한다.

 

“죄수가 검사실에 출정 조사받으며 검사에게 식사 접대”

 

한완상 씨는 ‘집체 교육’을 받으면서 검사와 수사관 등에게 이른바 ‘한턱’을 낸 적이 많았다고 한다. 밖에 있는 직원이나 친지를 시켜서 고급 음식을 배달시켜 주기도 했다. 그는 기록과 근거를 남기기 위해 조카에게 10인분 초밥을 사 오라고 했다. 조카는 2011년 3월 1일 초밥집에서 52만 5000원을 결제했고 조카의 검찰 출입 내역과 카드 사용내역에 흔적이 남았다. 

 

한 씨의 조카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청이 무턱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나. 삼촌이 검사실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서 초밥을 사 오라고 제게 전화를 걸어 초밥을 사간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50만 원어치 초밥을 누가 먹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한은상 씨는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검찰에 밝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은상/뉴스타파 인터뷰] "나 이번에 법원 나가면 양심선언 내가 할 거다. 양심선언할 거고 저 검사 OO가 다 조작했고 저놈이 조작해서 이렇게 다 만들어낸 사건이다."

 

'한명숙 사건' 관련 검사들.  엄희준, 임관혁(주임), 김기동(부장) 검사. 뉴스타파 보도 화면

 

한 씨가 말한 ‘집체 교육’ 사실 여부에 대해 당시 세 사람이 출정을 다녔던 서울 중앙지검 1128호의 엄희준 검사에게 뉴스타파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수 1부의 부부장이었던 임관혁 검사는 “한명숙 사건의 공판에 관여했을 뿐 수사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수 1부장이었던 김기동 전 검사는 “당시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라는 원론적인 답변과 함께 자세한 내용은 대검찰청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당시 수사팀은 대검찰청을 통해 “죄수 한은상은 한만호에게 위증, 즉 진술 번복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한 인물이어서 다른 2명의 증인과  교차 확인을 하기 위해 함께 소환했을 뿐 진술연습 등 집체 교육을 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수감 중인 한은상 씨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당당하게 밝히겠다면서 자신의 실명 공개와 함께 모든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MBC에 전했다.

 

과거 한만호의 변호인이었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증거 조작을 넘어 증인을 조작하는 정치검찰”이라고 소스라친 마음을 내비쳤다. 양지열 변호사는 “그 어떤 범죄 영화, 드라마가 이렇게 소름 끼칠 수 있을까”라고 경악했다.

 

한편 한 전 국무총리는 거주하던 남편 명의의 집까지 팔고 전세로 옮겨 추징금 일부를 갚았지만 7억 여원의 추징금이 미납됐다. 재심을 청구 하려면 남은 추징금을 갚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매우 곤궁한 상태의 한 전 총리가 재심을 하더라도 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상 씨 조카 검찰 출입 내역(위)과 카드 사용 내역(아래) 제일 하단 노란색 부분에 스시정 525,000원 결제부분이 보인다.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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