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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돌아보자. 지금 당신들은 ‘예수’를 섬기고 있는가."

[김용민 평화나무 리포트]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 기사입력 2020/05/10 [18:14]

"한 번만 돌아보자. 지금 당신들은 ‘예수’를 섬기고 있는가."

[김용민 평화나무 리포트]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 입력 : 2020/05/10 [18:14]

빛과진리교회 제보자들이 5일 서울 강북구 한빛교회에서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신앙훈련을 이유로 자행된 구타와 인분 먹이기 등 인권침해를 증언하며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교회 리더가 되기 위해 공동묘지나 산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39대씩 매를 맞고, 은폐된 장소에서 또는 찜질방에서 견디고, 성소수자들이 주로 가는 업소를 찾아 매를 맞을 때까지 전도하고, 폐가에서 죽은 자 같으나 산자에게 전도하고, 인분 또는 구더기까지 먹었다는 빛과진리교회 피해 제보자들의 이야기가 한국교회를 넘어 한국사회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취재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우리 조카가 다니는 교회가 좀 이상한 것 같으니 취재해 달라”는 한 목사님의 전화였다.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침착한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공명선거감시단 활동으로 피로가 누적돼 머리만 닿으면 잠을 청하게 되던 시기였고, 1년 내내 문재인 하야를 외치는 전광훈 씨와 측근들의 막말에 지쳐 있었지만 쉼을 포기하고 폭풍처럼 취재를 시작했다. 내가 쉬지도 못했다는 하소연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개혁이 이처럼 쉼 없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하나같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분을 먹은 후 자기 비하를 하게 됐다는 제보자, 정신적 학대로 정신병원까지 찾았다는 제보자, 빛과진리교회에 빠진 아내를 구출하기 전에 007작전을 펴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제보자, 7년간 가족모임에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았고, 그것이 신앙인 줄 알았다는 제보자, 심지어 훈련 중에 1급 장애를 얻고 여전히 재활병원에서 생활하는 피해 제보자 등 상식 밖의 일들이 2020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2019년 초 동대문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에어로빅 대회에서 빛과진리교회 교인들이 김명진 목사와 부인의 이니셜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평화나무 제공

 

많은 사람이 내게 물어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그도 그럴 것이 제보자들은 어디가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직접 인터뷰 한 제보자 20여 명의 공통점은 말씀을 사모했고, 그 뜻대로 살고자하는 욕망이 높았을 뿐이다. 종교적 그루밍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사례다.

 

아들을 내보내달라는 부모를

‘음해세력’으로 몬 교회

1급 장애 얻은 아내 돌보는 남편을

“돈 때문”이라고 비방

 

취재를 시작하고 몇 명의 제보자들을 만난 뒤, 지난해부터 빛과진리교회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애써온 부부를 만나게 됐다.

 

아내인 A씨가 직장 선배의 권유로 빛과진리교회 토요 모임에 참석하며 가족 모두 빛과진리교회로 수평 이동해 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딘가에서 기증받거나 주워왔을 법한 짝이 맞지 않는 의자 등 교회의 열악한 시설은 더 끌리는 요소였다고 했다.

 

“교인들이 다 수더분하고 가난해 보였어요. 청년도 많고 음란하고 세속화된 시대에 예배도 남녀 구분해 앉아 드렸고 ‘여기는 정말 말씀대로 살려 노력하는 교회인가보다’, ‘답답할 정도로 말씀대로 사나보다’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교회는, 아니 김명진 목사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 보인다. 곧 보도가 이어지겠지만…….

 

교회의 재정 불투명성과 석연치 않은 부동산 문제 등에 불신을 갖게 돼 아내를 설득해 나오게 됐다는 제보자는 교회에서 음해세력으로 몰리며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오랜 그루밍에서 깨어나 교회를 음해하는 세력으로 몰리면서도 실상을 알리려 애쓴 이유는 뭘까. 아직까지 빛과진리교회에 큰 아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아들 얘기를 꺼내는 부부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그곳에선 우리를 음해 세력으로 얘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신천지라고 얘기해요. 기독교인에게 신천지는 예전에 빨갱이랑 똑같거든요. 그래서 (교인들에게) 우리는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세력이고, 악한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더라고요. 블로그는 우리 아들이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우리 애가 충분히 보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요.”

 

2018년 빛과진리교회 LTC훈련 여자 합숙소 모습. 고난을 명분으로 등조차 누이기 힘든 좁은 방에서 여러명이 함께 묵어야만 했다.ⓒ평화나무 제공

 

LTC(Leadership Training Course, 리더십 훈련 과정) 훈련 중 뇌출혈로 쓰러져 재활병원에서 아내 J씨를 돌보는 남편은 돈을 목적으로 음해세력과 함께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려 있었다.

 

J씨의 남편은 “너무 억울해서 제가 낸 헌금을 돌려달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내가 무슨 보상금을 바라는 사람처럼 몰려 있었다”고 말했다.

 

J씨가 쓰러질 당시 자녀 중 한 명은 고3이었다. J씨의 남편은 직장도 사직하고 아내를 돌보고 있고, 아내 또한 다시는 일은커녕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보인다. 대체 무엇으로 보상이 된다는 말인가.

 

김명진 목사의 황당한 답변

 

상식 밖의 훈련이 이뤄졌고 그 안에서 심각한 그루밍이 이뤄졌다는 것보다 나를 경악케 한 것은 김명진 목사의 반론 내용이었다.

 

그는 비상식적 훈련을 두고 “우리 교회의 퀄리티 높은 훈련”,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난받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용기 있게 도전해 본 것”, “자발적인 훈련”이라는 등의 답변을 내 놓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오히려 나에게 “교인이냐”, “어느 교회에 출석하느냐”, “어느 교단이냐” 등을 묻기도 했다.

 

김 목사는 “교인이 아니라서, 혹은 교단이 달라서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테다.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공개되지 않은 반론을 일부 소개하고자 한다.

 

김명진 목사는 사례비 대신 지정헌금제도를 이용해 본인 개인 계좌로 헌금을 받고 있다. 지정헌금으로 얼마나 받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김명진 목사는 그 액수를 공개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얼마 되지 않는다”며 “우리 교회 규모면 내 연봉은 최소 2억은 되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 놓았다.

 

2억5천만 원짜리 고급차 타는 이유가

청년 선교전략 때문?

 

이 뿐이 아니다. 김명진 목사는 2억5천만원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워낙 차량에 집착하는 목사들이 많다보니 김명진 목사가 미국에서 직수입한 2억5천만원짜리 레인지로버를 타고 다니는 사실을 “역시나” 정도로 치부한다 쳐도 이 차량을 타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김명진 목사의 인식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값비싸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이유에 대해 청년 선교 전략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명진 목사:“그것도 사람들이 공격을 해서 그런데요, 차는요, 제가 사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어려운 가정에서, 집안이 이혼 직전까지 갔던 집안에서 우리 교회를 통해서 주님을 만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제가 그때 12년 탄 차가 망가져가지고 기도해 달라고 하니까 이분이 지정헌금을 했어요. (저에게) 고마워서 한 것을 차마 거절을 못하겠어서 그걸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도 교회에서 사줬으면 문제가 됩니다만, 그 분이 감사해서 사 준거라...

 

그리고 제가 또 한 가지 (값비싼) 차를 타고 다니고 된 데는 젊은 세대들은 검소한 것을 몰라요. 젊은 청년들이 저희 교회 타깃이기 때문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옛 어른들은 사치라고 했지만 요즘 청년들은 능력으로 보는 경향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도 청년들이 원룸에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오랫동안 고민했다가 하게 됐는데...”

 

기자:“청년들 눈높이에 맞추려고 타게 됐다는 말씀이세요?”

 

김명진 목사: “그렇죠. 그런 면이 있었다고 보면 되고요. 첫째 중요한 거는 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진짜 좋은 마음으로 해 준 거에 대해서 제가 이거를 고민을 1년 간 했을 거예요. 1년은 아니고 한 몇 개월은 (고민) 했는데...우리 교인들에게도 계속 물어보기도 하고 했는데 그게(고급 승용차를 타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아마 이거 알아보시면 알거예요. 제가 이것 때문에 고민했는지. 조언을 받아서 결정을 한 거예요”

 

김명진 목사가 받은 고가의 승용차는 한 신도가 아들 사망보험금으로 사 준 차량이라고 한다. 또 목사가 타던 차량(아우디Q7) 등은 모두 교회 리더들이 물려받아 타고 다니고 있었다. 물론 이 목사의 차를 물려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고 한다.

 

이 사안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던 한 탈퇴 교인은 “(김명진 목사가) 차를 선물로 받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건 맞다”며 “그런데 고민을 했다면 왜 하필 연예인 중에서도 톱 연예인만 타고 다니는 레인지로버인지 묻게 된다. 예수님은 머리 둘 곳도 없이 사셨다면서 본인은 한 푼도 챙기지 않는다고 했던 목사의 말은 대체 무언가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제보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김명진 목사가 급변한 것은 화양동에서 전농동으로 이전했던 2009년~2010년경으로 추정된다. 김 목사는 영적 성장을 강조하던 설교에서 물질의 축복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성장인 것처럼 권장했다는 것.

 

그러나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담임목사의 차량이 점차 고급 승용차로 바뀌어갈 동안 교회를 섬기는 교회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제2금융, 3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헌금했다.

 

한 제보자는 “심지어 학생들의 경우 신용대출이 가능한 다른 교인이 대출을 대신 받아 갚게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진술했다.

 

앞서도 언급했듯 문제제기하는 교인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잘못이라고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이들 중에는 10년 이상 교회에서 나올 수 없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유는 가족 같은 분위기, 공동체를 포기하기 어려웠다는 얘기였다. 누군가는 ‘커뮤티티 파워’라고 정의했다.

 

진보를 표방한 목사 뒷수습은…

 

김명진 목사의 말대로 청년이 타겟이라고 그랬을까. 김명진 목사는 진보를 표방했다. 그러나 그가 현재 취하고 있는 모습은 문제 있는 보수교회들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교회 내부에서는 평화나무가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하는 신뢰할 수 없는 단체라는 유언비어가 퍼지고(평화나무는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 김용민 이사장에 대한 비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교회가 제작한 포스터에는 교회가 인분을 강제로 먹인 사실이 없으며, LTC훈련은 시작과 과정 종료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개개인의 선택과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울러 ‘교회척결 김용민’ 검색어 올리기를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빛과진리교회 교인이 제보한 카카오톡 메시지. 매맞기, 인분 먹기 등 비정상적인 신앙훈련을 강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평화나무 제공

 

교회는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의 논란은 누구보다 우리 교회를 아끼고 헌신했던 분들의 토로여서 가슴이 아프다”면서 “특히 병상에 있는 자매님의 일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최대한 돕도록 하겠다”고 공표했지만 김명진 목사와 빛과진리교회측으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았다는 피해자는 한 명도 없다.

 

교회는 앞서 교인들만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지난해부터 교회에 문제를 제기해 온 탈퇴 교인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교회를 음해하는 세력이라는 듯 몰아세웠고, 여전히 외부의 적을 내부 집결의 동력으로 삼는 모습이다. 심지어 언론에 인터뷰를 협조한 것으로 보이는 교인을 왕따시키거나 배제했고, 그 사실이 또 보도되자 ‘사랑’과 ‘교제’를 내세우며 안면을 여러 번 바꿨다.

 

“기자님, 제가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믿고 따랐네요”

 

빛과진리교회에서 6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다 그루밍에서 깨어난 한 제보자가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숨 속에 섞인 후회와 허망함, 분노가 느껴져 아무 말도 해드리지 못했다.

 

교인 다수는 LTC훈련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공동체를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교인들에게는 외부의 지적이 뼈아프리란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 지점이 탈퇴 교인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지점이다. 한때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했기에.

 

그러나 교회측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회를 아끼고 사랑했던 분들의 토로여서 가슴이 아프다’면 안타까운 심정으로 외부에서 외치는 목소리를 한 번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 번만 돌아보자. 지금 당신들은 ‘예수’를 섬기고 있는가. 그루밍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그 길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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