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윤석열 일가'의 벽을 못 넘은 '정대택 잔혹사'

심인보 기자 "(윤석열 장모 사건) 어떻게 16년 동안,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나?"

정현숙 | 입력 : 2020/03/14 [11:52]

"누구도 검찰조직의 위계를 돌파하지 못했고 법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해"

'시사인' 기자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를 현직 검찰총장 일가가 보여주는 아이러니"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은순 씨와 관련한 사건들에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뉴스타파'에 의해 13일 극명하게 드러났다.

 

"외압이든 자의적인 판단이든 간에 검찰은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고 기소하고, 법원은 물이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고 판결하였을 뿐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에게 억대의 금품과 집을 받고 위증을 해 동업자인 정대택 씨에게 옥살이를 시킨 법무사 백모 씨가 나중 자수서를 쓰고 양심선언을 한 후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을 향해 이렇게 역설적인 답을 내놨다. 

 

이 내용은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가 취재 후일담으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따로 올린 것으로 윤 총장 장모를 위해 법정에서 위증했던 법무사 백 씨가 사망하기 1년 반 전 양심고백을 하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중 한 대목이다.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을 정리하면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는 이른바 ‘정대택 사건’에서 어머니 최 씨에게 결정적 위증을 한 법무사 백 씨에게 자기 명의의 아파트를 넘겨주었을 뿐 아니라, 1억 원을 직접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또 ‘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에서도 김 씨는 어머니 최 씨의 동업자 안 씨에게 접대비 명목으로 천오백만 원을 건넸으며 문제의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든 장본인은 당시 김건희 씨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와 정대택 씨가 관련된 사건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씨가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 걸린 근저당부 채권을 사들여 건물을 되파는 사업 계획에 최 씨가 동참해 초기 투자금 10억 원을 냈다. 이때부터 정대택 씨의 잔혹사가 시작된다.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수익은 반씩 나누기로 했다. 법무사가 참여한 가운데 약정서도 체결했다. 약정서 작성에 참여한 법무사 백 씨는 정대택 씨의 중학교 동창이었지만 최 씨의 뇌물에 눈이 멀어 모함한 것으로 후일 양심선언으로 번복한다.

 

경매를 통해 스포츠센터 건물이 팔려 5개월 만에 무려 53억 천만 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약정서에 따르면, 정대택 씨는 이 가운데 26억 5천 5백만 원을 나눠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정 씨는 돈은 돈대로 최 씨에 전액 편취당하고 강요죄와 무고죄로 수년간 옥살이를 하며 집안이 풍비박산하는 참혹한 시련을 겪었다.

 

해당 건물을 자신의 명의로 배당받은 최 씨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아 정 씨는 자신이 받을 26억여 원에 대해 가압류를 걸었다. 하지만 2003년 12월 24일, 최 씨는 정 씨를 강요와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최 씨 본인은 약정서 체결을 원하지 않았지만 정 씨의 강요로 약정서를 체결했다는 주장을 검찰이 받아들이면서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05년 9월 22일, 정대택 씨의 무고죄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법무사 백 씨가 과거의 진술을 뒤집었다. 법무사 백 씨가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정대택 씨와 최 씨가 이익을 나누기로 한 약정서를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백 씨는 윤 총장 장모 최 씨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기로 하고 최 씨의 사주를 받아 유리한 거짓 진술과 증언을 했다는 것이었다. 백 씨는 최 씨가 일이 잘 끝날 경우 원래 정대택 씨의 몫이었던 26억 가운데 13억 원을 더 주기로 약속했다고도 했다.

 

최 씨가 실제로 법무사 백 씨에게 현금 2억 원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 씨는 2004년 6월 법무사 백 씨에게 8천만 원을 수표로 지급했고, 2004년 8월에는 7천만 원을 줬다. 또 2005년 2월에는 5천만 원을 건넸다.

 

법무사 백 씨는 최 씨의 금품에 현혹되어 중학교 동창인 정 씨를 모해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받은 것인지는 몰라도 이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자 납득하기 힘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검찰이 백 씨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이다. 검찰이 들이댄 논리는 철저히 윤 총장 장모 최 씨 측 입장으로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백 씨가 최 씨에게 법률 상담을 해 준 대가로 현금 2억 원과 아파트를 받았고, 전직 검찰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백 씨는 진술을 번복한 지 8일 만에 구속됐고, 결국 유죄를 선고받아 2년 옥살이를 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백 씨는 2008년 8월 22일, 자신이 정대택 사건에서 모해위증을 했다며 송파경찰서에 자수했고, 정대택 씨는 이를 근거로 윤 총장 장모 최 씨와 부인 김건희 씨 등을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 사건 모두를 불기소 처리하고 오히려 정대택 씨의 고소 내용이 허위라며 4차례나 그를 무고 혐의로 기소해 2번을 실형을 살게 했다.

법무사 백 씨가 숨지기 1년 반 전인 2010년 9월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  

 

정대택 사건 취재를 한 뉴스타파 심 기자는 이날 다시 후일담을 페이스북으로 남기면서 “정대택 씨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이해하기 힘든 심정을 밝혔다.

 

심 기자는 “아무리 양모(양재택) 전 검사와 윤모(윤석열)검사가 세다고 어떻게 무려 16년 동안, 이토록 근거를 갖춘 주장이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었을까”라고 한탄하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대택 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든 검사가 그의 주장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몇몇 검사들은 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그들은 검찰조직의 위계를 돌파하지 못했고, 몇몇 판사들 역시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었지만 과거 판결의 기판력을 넘어서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한 많은 변호사들이 정대택 씨를 돕기 위해 나섰지만, 그중 누구도 검찰과 법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몇몇 언론들은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사가 나와도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내가 떠올린 단어는 '시스템 에러'다”라며 “한 시민이, 힘 있는 검사들이 연관된 사건에서 말로 못 할 만큼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그리고 증거를 가지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우리 사회는 16년 동안 이 일을 바로잡지 못했다”라고 개탄했다.

 

또 “얄궂게도 소송 상대인 최 씨의 사위가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야 나를 포함한 기자들이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반성하는 마음을 표했다.

 

심 기자는 “잘못한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사회적 평가와 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정대택 씨의 사건이 보여주는 '시스템 에러'를 고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제도적인 높은 검찰의 벽에 대해서 토로했다.

 

'시사인' 남문희 기자도 “이 사건을 둘러싼 정 씨와 최 씨, 윤석열의 처 김 씨 그리고 검찰이 어우러진 복잡한 흑막은 현재의 검찰 시스템으로는 밝히는 게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남문희 기자는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를 현직 검찰총장 일가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는 60억대의 자산가로 그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의혹에 싸여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찰의 수사첩보 보고서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주식 시장의 ‘선수’로 활동하던 이 모 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시세 조종했고, 김건희 씨의 경우 이 ‘작전’에 이른바 ‘전주(錢主)’로 참여해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증권 계좌, 현금 10억 원을 주가조작 선수 이 씨에게 맡긴 혐의 등을 포착해 내사를 진행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심인보 기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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