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민국' 기사 올렸다고 황교안에게 1억 손해배상 당한 인터넷 매체

"명백하게 존재하는 논란 '스트레이트 보도'에 1억을 달라는 건 언론탄압이자 겁박하려는 시도"

정현숙 | 입력 : 2019/11/09 [11:13]
황교안 자한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귀엣말을 하며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작은 인터넷 언론사 '직썰'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관련 기사를 올렸다가 황교안 대표에게 1억 손해배상을 청구 당했다. 해당 매체의 정주식 대표가 '아이엠피터tv' 임병도 씨와 지난 7일 인터뷰에서 속사정을 털어놨다.  

 

정주식 직썰 대표는 "자유한국당 손해배상 건으로 언론중재위원회를 다녀왔다"며 "직썰의 기사 때문에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어마어마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서 1억 손해배상금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언론탄압 한다고 징징대던 사람들이 작은 언론사 상대로 이런 겁박을 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 명의로 출석요구서가 왔다"면서 "이 사람들 무슨 수작을 하는지 듣고 와서 후기 남기겠다"고 널리 공유를 부탁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공유할 만한 내용이라서 공유한다"면서 "그 유명한 대일민국 논란"이라고 밝혔다. 직썰은 정치 관련 시사 풍자와 만화 콘텐츠 등으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터넷 언론매체다.

 

이 매체는 지난 8월 16일 [나경원, “우리 일본” 발언 이어 ‘대일민국’ 글자 해프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광복절에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방명록에 쓴 대한민국이 ‘대일민국’이라고 쓴 것 아니냐는 논란에 관한 기사였다.

 

매체가 올린 기사는 스트레이트 기사이자, 말미에 나경원 원내대표 측의 반론을 담고 있었다. 기사 분량과 형태, 내용을 살펴봐도 왜곡을 했거나 악의적 보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자한당은 황교안 대표 명의로 직썰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1억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정 대표는 언중위 소환장이 황교안 대표 명의라는 사실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나경원 개인에 관련된 기사를 썼고, 본인이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한당 대표 명의 소환장에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출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한당에서 고용한 변호사가 나왔다는 건 당비를 개인적인 송사에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라며 “자한당 당원들이 내는 당비나, 국고 보조금으로 개인적인 소송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명백하게 존재하는 논란을 스트레이트로 보도를 한 건데 이것에 대해서 기분 나쁘다고 1억을 달라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언론탄압이자, 겁박하려는 시도이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기사를 내려 달라거나 정정보도문을 올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1억 손해배상을 달라고 하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황당한 입장을 전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소환에 응한 정주식 대표는 출석 날 직썰 외에 다른 언론 매체들도 나왔다고 밝혔다. 자한당의 손해배상 청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정 대표는 언중위 측에 “우리는 기사를 내릴 의사가 없는데, 혹시 다른 매체들은 어떻게 한다고 하나?”라고 물어봤더니 “직썰 빼고 나머지 다른 매체들은 전부 그냥 조정에 따라서 기사를 내리기로 했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언중위 조정을 보면서 자한당 측 대리인이 선심 쓰듯이 ‘기사 내리면 우리도 1억 취하해줄게’라는 대화를 보면서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았다”며 “우리한테 1억 맡겨 놓은 사람도 아니고 무슨 1억을 깎아주느니 마느니 자기들끼리 흥정을 하는 걸 보고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그냥 속 편하게 내리고 싶다. 그냥 지나가는 단순 기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냥 기사 조용히 내려도 아무도 찾아보지도 않고 티도 안 나고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또 "실제로 중재위원 중의 한 명은 ‘지나간 기사 자존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리자’라고 설득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 기사를 내릴 수 없는 게 자한당에서 1억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온 이상 이 기사는 제 손을 떠난 것이다"라고 했다.

 

더불어 "지금 상황에서 제가 ‘피곤하니까 귀찮으니까 기사 내리자’라고 하면 자한당과 같은 어떤 특정 정치 세력이 언론매체에 1억 손해배상이란 협박을 하고, 언론매체가 협박에 순응해 타협하는 셈이 된다. 직썰은 용납할 수가 없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주식 대표는 자한당의 손배소 청구에 대해 “이제 까불지 마. 너네 이렇게 함부로 나대다가 우리한테 크게 당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매체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소송이나 손해배상이 두려워 자체 검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의 자체 검열은 써야 할 기사를 쓰지 못하거나 기사의 톤이 내려갈 수 있다”며 “시민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봐야 할 진짜 중요한 기사를 못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직썰은 기사를 내릴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자한당 측에서 꼭 봐야 한다고 해서 2차 기일 날 출석했다"라며 “직썰 직원이 참석한 그 자리에서 자한당 측 대리인이 언중위 위원들 앞에서 ‘직썰 저놈들이 우리를 모욕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습적으로 우리를 모욕했던 놈들이다’라며 화를 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중위 조정 불성립으로 자한당이 자연스럽게 고발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 대표는 유튜브 개인 채널에 관련 사실을 알리는 영상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 비용 등을 후원하겠다"라는 댓글 등이 달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아직 정확한 고발이 이루어진 상황이 아니라, 후원을 받지 않고 있다”라며 “앞으로 진행 상황을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의 주인공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를 여권이 ‘가짜뉴스’라고 비판하자 “5공 시대도 울고 갈 언론통제, 조작은폐다. 이게 바로 독재 국가”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8월 16일 나경원 원내대표 대일민국 관련 기사를 보도한 '직썰' 기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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