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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모두가 왕이 되는 세상:서울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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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양심]모두가 왕이 되는 세상

나영철 칼럼 | 기사입력 2018/11/20 [22:56]

[지식과 양심]모두가 왕이 되는 세상

나영철 칼럼 | 입력 : 2018/11/20 [22:56]

나영철 한맥논단 지기

오랜 객지생활 후 필자가 모국에 합류한 지 어언 15년, 즉 4번째 한국정부를 겪고 있다. 2004년에는 여러 기관과 단체들의 이름에 ‘열린’이라는 글자가 흔했고, 심지어 새로운 계모임을 만들어도 ‘열린’이 들어가야 하나보다 할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은 온통 ‘열린 사회’였다. 그러다가 몇 해가 지나자 세상은 ‘녹색시대’로 변했다. 기존의 ‘열린’ 자의 단체들은 그 이름들을 ‘녹색’ 자로 개명했고 ‘녹색’이 들어간 신생단체명들로 가득했다.

5년이 지나자 그 많던 ‘녹색’은 한순간 사라졌다. 심지어 국회에서 예산을 잘 받아왔던 기관과 단체들은 예산요구서에 ‘녹색’ 자가 들어있다고 줄줄이 원천 삭감될 정도였다. 또 임기를 다하지 못한 ‘창조시대’ 또한 겪었다. 물론 지금은 그 누구도 ‘창조’자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5년간 막대한 세금을 국내외에서 ‘열린’, ‘녹색’, ‘창조’라는 브랜드를 위해 집행했음에도 한순간 폐기처분해 버리듯 해왔다. 그 모두가 좋은 개념들인데도, 더구나 이런 5년 왕조식의 관행에 모두가 익숙한지 별로 문제삼지도 않는다.

이 문제를 두고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 필자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처럼 풍자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무엇을 쓰려나? 차라리 국가경제도 지극히 위태롭고 하니 또다시 쓰고 폐기처분할 새로운 것 만들지 말고 ‘열린-녹색-창조시대’를 차기정부의 기조정책으로 삼으며 재활용하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문제로 자원리사이클링이 중요한 때인데…”

비록 당시 이런 현상을 두고 조소와 풍자를 했지만, 그에 동조하는 우리 국민들의 긍정적인 또 다른 성향을 읽어낼 수도 있을 듯 했다. 우리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순발력을 발휘하면서 상호 간에 민감한 유행의 흐름을 공유·공감하여 집단 세련미를 구현할 줄 아는 국민이기도 하다. 일례로 한때 웰빙바람이 불었을 때도 모두가 웰빙의 개념을 알 뿐만 아니라 충분히 향유했다. 국민 모두가 타국인에 비해 새로움에 대한 의욕뿐만 아니라 상승욕구 역시 강하다. 때문에 자신에 대한 사회위치 규정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과장하여 서로를 높여주고 예우하는 풍조도 강하다.

과거에는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며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 같았던 ‘선생님’의 직함은 사회적 선망 대상이었을 때가 있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거리에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대부분이 뒤돌아보며 그 호칭에 대한 자기자각이 일어났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사장님’, ‘박사님’, ‘교수님’의 순으로 그 직함과 호칭이 흔해지는 과정들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드물었던 ‘총재님’의 호칭이 앞으로 유행될 것 같다. 정당의 최고직책을 칭할 정도로만 쓰였던 총재직함이 요즈음은 한 단체에서도 대표총재 일반총재들이 있을 정도다.

우리사회는 타 국가에 비해 강력한 네트워크 사회이다. 최신정보의 공유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공감의 전도력(傳導力)도 강하다. 국가위기 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는 기꺼이 자기를 헌신하며 금도 모으는 등 세계인을 놀라게 할 줄 아는 국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한국민의 강점을 발휘하여 세계사에서 아직 구현되지 않은 ‘열리고 푸르며 창조적인’ 세상을 꿈꿔 보면 어떨까? 서로가 서로를 ‘임금님’이라고 부르며 존중할 줄 알고, 이 땅에 왕들로 가득 찬 세상을 펼쳐보는 것이다. 호칭으로서만 ‘왕’이 아니라 실제로 왕의 덕목을 배우고 익히며 실천할 줄 아는 진정한 왕들로 거듭나는 것이다.

석가모니는 ‘자따까(Jataka, 本生譚)’에서 시왕법(十王法)을 설하며 열 가지 왕의 덕목 중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인 보시(布施)를 첫째로 꼽는다. 맹자 역시 그의 왕도정치(王道政治) 근저에는 ‘남과 내가 하나 되는 마음(仁)’을 시작으로 실천원리인 의(義)를 강조하고 있다.

한(限) 많고 아픔도 크게 겪었으며 성취도 일구어 보았던 한국인들은 남의 슬픔에 쉽게 전도되어 눈물도 많다. 이제 조금의 소통물꼬만 트인다면 장차 세계인들이 모방하게 될 새로운 나라, ‘모두가 왕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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