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민주노총·전교조 더이상 사회적 약자 아냐”

여권, 권리는 주장하면서 의무를 도외시 하는 노동계와 잇단 '선 긋기'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1/08 [08:23]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더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있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나 민주노총도 내부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극복하며, 사회적인 협력틀을 만들기 위해 힘써줬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및 탄력근로제 확대 등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형 일자리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노동계에 호소했다.

 

"사회적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항한 7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에도 정부에 각을 세우고 파업을 예고하는 민주노총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다.
 

홍 원내대표는 1985년 대우차 사태를 이끌었던 노동자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누구보다 노동계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최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의 관계는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산출, 근로시간 단축, 광주형 일자리 등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노동 관련 정책 마다 노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부·여당-노동계 간 관계가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촛불 정권 탄생 이후 민주노총 위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노동 존중 분위기 속에서 채권 행사라도 하듯 노사 분쟁 곳곳에서 연전연승 중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와 포스코 등 무노조 기업에도 깃발을 꽂았다.

 

순풍에 돛 단 듯한 민주노총 행보가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나 주춤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탄력근로 확대를 둘러싸고 노정 간 대립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약속을 지키라며 다음달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를 대변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입에서 까지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는 발언까지 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도 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을 찾았다. 취임 첫해인 2003년 4월에는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에 ‘민영화 방침 철회’를 제시해 노정 합의를 이뤄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채 안 된 6월부터 노정 관계는 갈등 국면에 빠져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거부 투쟁, 화물연대의 불법 집단운송 거부, 공익사업장인 철도노조 파업 등은 노무현 정부로서도 수용 불가였던 까닭이다. 9월 노동부의 노사관계 개혁 방안 발표 이후 민주노총은 다른 길로 갔다. 노정 대립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을 둘러싼 작금의 노정 관계는 지난 2003년의 데자뷔로 다가와 매우 걱정스럽다. 역사에 반면교사가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똑같은 행태가 15년여 만에 재연되는지. 2003년 6월 이후의 노사정위원회와 2018년 11월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판박이가 될 처지다. 2003년 6월 이후처럼 민주노총은 불참을 이유로 경사노위 위상을 축소하고 합의 내용도 지키지 않을 게 뻔하다. .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성수기 등에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하자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산업계가 생존 차원에서 요구해온 사항이다. 여·야·정이 협치 차원에서 확대키로 합의한 것은 국민과 산업계, 특히 향후 한국 경제의 앞날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민과 여·야·정의 선택을 노동 탄압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협력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패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모임에서 초당적 지원을 약속했다. 광주광역시와 지역 노동계도 이미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핵심 참여자인 현대자동차에서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가 자동차 공장을 신설하고 노동자는 기존 공장의 절반 수준 임금을 수용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금융 세제 지원을 하는 모델이다. 광주시가 1대 주주, 현대차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현대차 브랜드의 경차를 위탁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다른 지역의 고용 불안, 현대차 경영위기 가속화 등의 이유를 들며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노조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악화된 국내 일자리 상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평균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고임금 구조에 현대차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외에만 공장을 신설하면서 일자리가 그만큼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또 본사와 협력업체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광주형 일자리로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상생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과 현대차는 오늘 8일부터 이틀간 최종 담판을 벌인다. 광주형 일자리와 비슷한 아우토 5000을 성공시킨 독일 폭스바겐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기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노조의 걱정을 달랬다. 무엇보다도 상생과 사회 통합의 일자리 창출 모델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권리와 함께 의무를 갖는다. 자기 희생과 배려도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무분별한 요구를 걸러내고 비조합원과 함께 살아가도록 설득하는 집행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2003년 노무현 정부때의 데자뷔가 2018년에 현실이 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노동계는 배부른 '귀족노조'라는 오명속에 스스로를 외딴섬에 유폐하는 결과에 당면할 수밖에 없다. 노동 분야는 언제까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로 남을 것인지  민주노총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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