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척결은 적폐청산의 기본이다

독일이 세계의 강력한 지도국가 된 건 나치정권의 부역자 책임을 끝까지 물었기 때문

양승규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 입력 : 2018/11/04 [15:08]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되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교육은 사람을 기르고 가르치는 가장 값진 일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각 교육기관은 그 목표에 따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다하여 교육을 수행할 소명을 띠고 있는데, 이것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은 서글프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방치하고 그들과 유착되어 온 정치권력과 교육부는 참회하고 그 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양승규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려 서로 대치하면서 수립된 이승만 정권은 일제에서 쌓인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그로 말미암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몫을 챙기는 자들이 득세하여 사회를 어지럽혀 도덕질서가 무너지고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는 교육 특히 사학비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부패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은 촛불혁명의 산물이다. 검찰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비리를 밝혀 재판에 넘겨 중형을 받도록 한 것은 큰 성과이다. 그리고 국정원이 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저지른 잘못을 청산하고, 죄지은 자의 일탈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그 책임을 묻는 것도 국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라의 곳곳에 스며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그 밖의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정권은 바뀌었어도 그 적폐 관련자들이 여전히 자리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온 천하에 밝혀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것을 교육계 전반에 대한 비리청산의 신호로 삼아야 한다.

 

유치원을 비롯한 사립 교육기관의 비리는 관련자의 탐욕에서 나온 결과이고, 이는 정치권력 또는 감독청과의 유착으로 이루어진 적폐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원장이 어린이들의 보육을 위한 돈을 빼돌려 사적 이익을 꾀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 그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린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 유치원을 세우고 희생하는 훌륭한 교육자로 믿었던 그 원장이 이권을 챙기는 이리의 모습으로 보일 때 어린이들이 겪게 될 마음의 상처나 혼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학비리는 어떠한 죄보다도 그 죄질이 나쁘다. 윤리적으로 타락한 자는 교육계에서 퇴출시켜 정화하여 사학비리를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적폐청산의 과정은 필연적으로 과거정권의 치부를 드러내어 그 집권세력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어리석은 짓이다. 이는 지난날 정치권에서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현상이 비일비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의 과정에서는 그 한계를 두어서도 안되고, 잘못을 저지른 자는 그가 누구이든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필수적이다. 

 

적폐청산도 국민의 의식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교육의 기본이 무너져 오늘의 현상을 낳고 있다. 교육풍토의 개선 없이는 적폐청산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설립자인 부모에게 항거하고 행패를 부려 그 부모로부터 패륜아로 지목된 자가 부정한 권력실세에게 줄을 대어 그 부모가 세운 교육재단을 지배하여 전횡을 부릴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외치고 1년반을 넘기면서도 이를 청산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김대중 정권이 화해와 용서를 앞세워 적폐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고 적당히 넘긴 것이 오늘의 파국을 몰고 온 것으로 본다. 독일이 오늘날 세계의 강력한 지도국가로 나설 수 있는 건 잔혹한 나치정권의 죄악을 철저히 파헤치고 부역자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역사인식을 바로 하고, 적폐청산 대상자가 누구이든 그 책임을 물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 이념을 살려 품격있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상식이 통하고 공정과 정의로운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사학비리 척결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이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경향신문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