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에서 외친 '사법정의'... 당당위 ”성범죄 '유죄추정' 규탄”

'곰탕집 성추행 징역형 판결' 반발 집회 열려

편집부 | 입력 : 2018/10/28 [21:20]

33만명이 동의한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논란이 된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판결'에 반발하여 생긴 시민단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가 27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일대에서 '제1차 유죄추정 규탄시위'를 열어, 성범죄 의혹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편파적 판결과 사건을 다루는 언론 등의 불공정한 행태를 비판했다.

집회를 개최한 당당위는 지난 9월 8일,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의 1심 징역 6개월 판결을 비판하는 시위를 제안하며 네이버 카페로 설립되었다. 당당위에 따르면 이들은 사법정의, 성평등, 반혐오를 핵심가치로 한다. 또한 정치적 올바름을 가장한 '유사인권단체'에 맞선다고 밝히고 있다. 28일 현재 회원 수는 약 7000여 명이다.

 

워마드 등의 남성혐오 행태에 반발해 생긴 단체들이 일베 등과 연계하여 노골적으로 반사회적 극우 성향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당당위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성별 갈등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을 피하고자 하고 있다. 남성혐오 집단이 자주 모이는 혜화역에서 집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당당위는 "혐오로 얼룩진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 무분별한 성범죄 의혹 폭로와 이를 통한 '유죄추정'을 비판하는 현수막     © 서울의소리


집회는 당초 혜화역 1번 출구 근처에서 열리기로 했으나, 페미니즘 단체의 '맞불 집회'와 거리를 두기 위해 2번 출구 근처에서 열렸다. 당초 예고한 시작 시간인 오후 1시보다 약 30분 늦게 시작한 집회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주최 측은 1만 명 이상의 참여 인원을 예상하고 집회를 신고하여 경찰이 일대 차로를 통제했으나, 실제 참여 인원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50여 명 규모로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있었다.

 

참여 인원이 최대에 이른 오후 3시경에는 자원봉사자 및 주위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까지 포함하여 300여 명에 달했다. 남녀노소 모든 참가자를 볼 수 있었으나 전체 참가자 중 대다수가 청년이었고 성별로는 남성이 더 많았다. 집회는 예정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보다 1시간여 빠른 오후 4시 40분에 끝났다.

이날 집회에서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집회의 목적인 '유죄 추정 비판'을 위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올해 우리 사회 최대 이슈인 '미투' 운동은 지금까지 감춰지고 억눌려왔던 성범죄 피해자들을 가시화하는 성과를 이뤘으나, 악의적인 폭로로 죄 없는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만든 사례 또한 많다. '미투' 운동 본격화 전인 지난해 일어난 상서중학교 교사 자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참가자는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학생인권센터 등 권력을 가진 공식 기구가 의도적으로 한쪽 입장만을 옹호하는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참가자는 '미투' 운동에 관해 공정성을 잃고 이념에 경도되거나, 흥밋거리만을 좇아 피해자를 양산하는 언론을 비판하면서 가수 김흥국의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흥국은 한 보험판매원의 악의적 '폭로'로 성폭행 누명을 쓴 후 방송 출연 등 활동을 강제로 정지당했는데, 무혐의로 밝혀진 이후에도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인 박진성이 트위터에서의 악의적 '폭로'와 한국일보 기자 황수현 등의 허위 기사로 인해 문인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누구 하나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무책임을 꾸짖었다.

 

▲ "헌법수호! 유죄추정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 서울의소리


상당수 주류 언론들이 집회를 성별 갈등의 연장으로 몰아가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사회자를 비롯한 발언자들 상당수가 '성별 갈등 프레임'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남성혐오 집단이 이들을 '성범죄 옹호자' 등으로 비방하는 것에 대해, '성범죄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였다. 그러면서 '맞불 집회'를 개최한 페미니즘 단체를 향해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 송모 씨는 "남성, 여성, 남녀 아닌 다른 성 등을 떠나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사회운동가이자 작가인 오세라비(이영희)가 무대에 올라 당당위 대표인 김모 씨와 '토크쇼'를 펼치기도 했다. 오세라비는 최근 워마드 등의 남성혐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페미니즘 비판서인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내놓는등 활발한 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성별 갈등으로 비치지 않으려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은 타 참가자들과 달리 오세라비는 적극적으로 페미니즘을 비판했다. 그는 "이 사회가 도덕 과잉으로 가고 있다"며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들의 도덕적 기준으로 재단하려는 페미니즘 세력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오세라비는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에 대한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삼권분립이 있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며 짧게 답변한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유사한 논란이 있는 다른 청원에는 수십 분 단위의 긴 답변을 하면서도 유독 해당 청원에는 2분 정도의 짧고 성의없는 답변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운동에 대한 질문에 "인구의 49.9%를 차지하는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여성운동으로 이익을 보는 계층은 극소수 기득권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사회운동가·작가 오세라비     © 서울의소리


집회가 이어지며 여러 억울한 피해사례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나온 가운데, 참가자들의 비판은 사법부를 포함한 우리 나라의 사법체계 전반을 향했다. 성범죄자로 지목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검경에서 수사를 받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때로는 피해호소인에게 질문을 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를 '2차 가해'라고 몰아세우고 수사기관도 성과를 위해 자백 등을 압박하는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이를 군사독재 시절의 강압수사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비판이 집중되었다. 발언에 나선 참가자들은 법원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자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어떤 것이 존재함을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자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음' 자체를 입증할 의무는 없다.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이 존재함을 주장하는 자는 검찰인데, 법원은 검찰이 범죄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피고인이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하여 유죄 판결을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유죄추정의 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며 한 목소리로 사법부를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구호로 주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판사의 편의(便宜) 아닌 정의를 추구하라", "범죄의 사실은 검사가 증명하라", "성과(成果) 아닌 정의를 추구하라", "피의자는 가해자가 아니다", "순간의 감정 아닌 이성적인 원칙으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유죄추정 그만두고 지켜내자 무죄추정" 등으로 대부분 사법의 공정성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사회자가 영화 '레 미제라블' OST인 '민중의 노래'의 한국어판을 개사한 '무고한 자의 노래'를 부르고 다른 참가자들이 이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 영화 '레 미제라블' OST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사회자     © 서울의소리


집회는 당당위의 운영자 중 두 명이 무대에 올라 폐회사를 낭독하며 마무리되었다. 당당위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했으나 지금은 혐오에 빠져 있다"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유죄추정이나 탁상행정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는 더 이상 혐오라는 파도를 막으려 하지 않으니 우리는 스스로 가족을 지켜야 한다. 함께 거리로 나와 서로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당당위는 향후 단체의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들은 "앞으로 사법체계 비판만이 아닌 양성 평등을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려 한다. 성 범죄자의 범죄와 가정을 파탄내는 무고죄를 모두 비판할 것이다. 특정 성별에게만 돌을 던지고 오직 비난과 혐오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들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고 밝혔다.

당당위는 11월이나 12월에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2차 집회에서 질서유지인 등으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또한 카페 형태에서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등록 시민단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체 발족을 위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페미니즘 단체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은 당당위의 집회가 '2차 가해'라고 주장하면서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당당위 집회 장소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혜화역 1번 출구 근처에서 '맞불 집회' 성격인 '2차가해 규탄시위'를 열였다. 자원봉사자를 포함하여 약 30명이 참여한 남함페의 집회는 대부분 당당위 측을 비판하는 발언과 퍼포먼스 등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포스터를 찢거나 "손목을 분질러주어라" 따위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등 최근 페미니즘 운동의 주류로 떠오른 '혐오'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은 '경찰의 협조를 받았다'는 것을 빌미로 모든 미디어의 접근을 제한하여, 촬영을 비롯한 취재 행위에 전혀 간섭하지 않은 당당위와 대조를 보였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다섯 차례 집회를 개최한 남성혐오 집단 '불편한 용기'는 경찰의 비호 아래 이러한 방식의 언론 통제를 꾀하면서 현장에서 상당한 충돌을 야기한바 있다. 그러나 남함페의 이날 집회는 참여 인원이 매우 저조하였고, 이에 따라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여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