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저널 단독 추적] 이명박과 이팔성의 추악한 막장극…중국 화푸빌딩 프로젝트 사기사건 전모

‘이명박은 뒷전에서 이팔성은 앞전에서…’우리은행은 그들의 私금고였다'

선데이 저널 | 입력 : 2018/03/12 [01:03]

선데이 저널은 이명박 집권 마지막해인 2012년부터 ‘MB 족벌비리 그 뿌리를 캔다’ 10회 시리즈를 연재하며 그 중에 하나로 양재동 화물 터미널 부지에 주상복합 건물 시행사업인 파이시티 개발사업 비리를 보도했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이명박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공모해 수조원에 이르는 파이시티 사업을 200억원에 먹으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 지난 2012년 4월 29일(제 7320호) 본보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파이시티 사업을 둘러싸고 포스코건설과 우리은행 간 맺어진 비밀양해각서를 입수, MB가신들이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사업권까지 빼앗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명박이 수 조 원짜리 개발사업인 파이시티 사업권을 먹기 위해 금융권 최측근인 이팔성 전 회장을 동원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직 <선데이저널>만 주목해왔는데, 5년 후인 최근 이명박의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바로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는 대가로 MB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MB 사위 이상주 전무를 통해 20억 원에 달하는 돈을 MB 측에 건넨 혐의도 포착했다. 두 사람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MB 정권 최대 비리로 꼽히는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본지가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은 MB의 해외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될 수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12년 4월 29일 본보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파이시티 사업을 둘러싸고 포스코건설과 우리은행 간 맺어진 비밀양해각서를 입수, MB가신들이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사업권까지 빼앗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파이시티’ 개발사업의 공동시행자인 ㈜파이시티와 ㈜파이랜드 전 경영진은 2011년 11월 25일 사기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 등은 고소장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인수하기 위해 비밀협약서를 체결했고, 경영진 의사와 관계없이 파이시티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 초 대우자동차판매 등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200억원에 모든 사업권을 양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8월 채권은행단이 일방적으로 법원에 파이시티의 파산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원이 파산신청을 기각한 뒤 파이시티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됐다. 그런데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서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파이시티 시행사와 우리은행이 중국에서 진행하던 사업 중 하나인 화푸빌딩 프로젝트 관련한 420억원 MB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사라진 420억원은 누구 손에

 

발단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국책은행인 우리은행은 7000억 원 가치가 있는 화푸빌딩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돈을 이정배·민봉진 대표가 있는 백익인베스트먼트에 융자를 해주면서 시작됐다.

 

화푸빌딩은 지하 3층, 지상 25층에 연면적 12만5000㎡ 규모의 건물로 베이징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 빌딩은 JP모건이 주주로 있던 홍콩의 CCP라는 투자회사가 중천굉업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소유하고 있었다. 이정배 전 대표는 화푸빌딩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뒤 재매각하는 개발 사업을 추진했고, 민 씨를 파트너로 백익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백익인베스트먼트의 지분 구조는 이 대표 40%, 이 대표의 지인 장 모씨 30%, 민씨 30% 등이다. 주관사인 우리은행의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대한생명이 1500억원, KB국민은행이 2300억원을 이 대표 측에 대출해줬다.


우리은행이 ‘백익이 돈을 못 갚으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출받은 돈을 통해 백익은 CCP가 소유하고 있던 중천굉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마베이도스 법인 마운틴 브리즈 주식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빌딩을 사들였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3800억원을 대출할 당시 부동산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중천굉업의 지분을 담보로 하면서 발생했다. 부동산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야만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중천굉업의 지분만 가지고는 중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향후 부동산 등기가 이뤄지면 담보를 해주겠다는 민 씨의 말만 믿고 대출을 해줬다가, 등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하지 못했다.

 

부동산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의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 측은 대출 당시 계약 조건대로 우리은행 측에 채권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2009년 12월 11일 대한생명으로부터 1500억원의 채권을 인수했고, 2010년 1월 20일 KB국민은행 채권 2300억원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우려대로 이 채권은 부실화돼 결국 기업개선단으로 넘어갔으며, 우리은행에 3800억원의 부실이 생겨났다.

 

게다가 부실 채권을 대한생명과 KB국민은행으로부터 한 달 간격을 두고 인수하는 사이, 우리은행 북경분행 측이 중국 측 시행업자 중 한 명인 민봉진 씨에게 2억4000만 위안(당시 환율로 420억원)을 개인보증으로 대출해줬다. 부실사업에 관여되어 있는 사람에게 개인신용 대출로 420억원을 대출해준 것은 은행 최고위층의 입김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안이다.

 

이 돈의 행방은 중국 시행 사업자인 민 씨만이 알고 있는데, 북경에서 대출된 돈 중 상당수가 홍콩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이팔성 전 회장이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데이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돈은 이팔성 전 회장 주도하에 조성된 이명박의 해외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럴 가능성이 높은 것은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된 인물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과거 2010년 파이시티 불법 로비 사건의 주범으로 파이시티 인허가를 위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 감옥에 보낸 주역이다. 이 돈이 집행됐을 때만해도 이 전 대표와 정권 실세들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MB 정권 검찰이 이정배 대표 입막아

 

본지는 이정배 전 대표가 파이시티 사업으로 구속된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도 꾸준히 취재해왔는데, 당시 <선데이저널>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정배 전 대표는 MB정권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받은 사실을 토로했었다.

 

<선데이저널>은 2012년 이명박 정권 말 파이시티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캠프에 돈이 전달됐다는 진술이 나오자 검찰 측에서 이를 진술 내용에 포함시키지 않고 선을 그었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이정배 대표는 이팔성 우리은행장과 최시중 박영준 등 MB 최측근들이 사업허가와 관련해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업권까지 탈취하려했다’는 진술이 나오자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장이었던 최재경 변호사(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를 비롯한 중수부 간부들이 적당한 선에서 서둘러 수사를 무마했던 사건이다.

 

최 전 수석은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과 MB에게 관련해 면죄부를 주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특수통 검사였다. 따라서 현 정부가 이명박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2012년 파이시티 게이트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검찰이 MB에 대해 수사하며 이팔성 전 회장이 깊숙하게 개입한 진술을 확보했고, 결국 이 전 회장이 개입된 파이시티 사건이나 중국 화푸빌딩 사건도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뒤늦게나마 최근 본국 인기 라디오 프로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파이시티와 화푸빌딩 관련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검찰이 들여다본다면 초점은 MB의 천문학적 해외비자금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팔성 전 회장의 입을 여느냐에 따라 수사의 향방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팔성 입에 달려 있다

 

일단 검찰은 이팔성을 압박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필성이 MB에게 22억원의 불법 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팔성은 검찰 압수수색 당시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품 전달 과정의 핵심 내용이 담긴 이른바 ‘이팔성 메모’를 검찰이 알아채기 전에 입으로 씹어 삼키려 했다.

 

검찰은 지난 동계올림픽 기간 이팔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불법 자금 흐름을 정리한 A4용지 한 장짜리 메모와 수첩 형태의 비망록을 발견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검찰이 비망록과 메모를 압수하기 직전 메모를 잘게 찢어서 입 안에 넣어 삼키려다 압수수색 중이던 검찰 측에 제지당했다.

 

이필성이 미처 다 삼키지 못한 메모에는 ‘이상주 14억 5000만원’, ‘SD(이상득) 8억원’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명박의 맏사위인 이상주(48)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장(준법경영 담당 전무)에게 2007년 1월~2011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14억 5000만원을 건넸고,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에게도 별도로 8억원을 건넸다는 내용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22억원 가운데 상당수가 이명박 취임 직전인 2007년 말에 전달된 사실 등에 비추어 기업들로부터 대통령당선 축하금 명목의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이팔성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22억원 중 일부는 성동조선해양 측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해양이 사업 관련 청탁을 하는 대가로 이 전 회장에게 금품을 건넸지만, 이후 청탁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시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3억원은 이팔성 자신의 연임을 위해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회장 메모에는 이 전 회장이 2010~2011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이 전무에게 3억원을 건넸다고 기록돼 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고, 3년 뒤인 2011년 2월 회장직을 연임했다. 이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기 전 적었던 비망록에 ”이상주 전무에게 돈을 건넸는데 자리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며 인사 불만 등을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팔성은 검찰 조사에서도 메모와 비망록에 적힌 내용과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6, 27일 이상주 전무를 이틀 연속 불러 조사했다. 이 전무는 “2007년 말 이 전 대통령 취임 직전 이팔성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이 담긴 트렁크 가방을 건네받았지만, 정확한 액수는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억원의 금품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검찰에 설명했다.

 

사실상 MB 자금 수수책 이팔성은 누구?

 

검찰은 이팔성이 MB에게 준 돈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대가로 보고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리를 위한 대가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MB가 이 전 회장을 금융권 요직에 놓고 각종 사업과 관련한 중간책 역할을 맡겼다고 봐야 한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인 이필성은 이명박과 고려대학교 2년 선·후배 사이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산업은행 회장과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린 실세다.


우리금융투자증권 사장에서 물러난 뒤 야인으로 있던 이필성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에 취임했는데, 당시 대표로 갈 때도 ‘친분’을 바탕으로 갔다고 한다. 이 전 회장 측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돈은 안 되는, 명예만 있는 자리지만 와 주겠냐’고 이팔성 전 회장 측에 제안해서 가게 된 자리가 교향악단 대표”라며 “그때 인연을 바탕으로 이필성이 이명박으로부터 능력을 인정했고, 4대천왕으로까지 불리게 됐다”고 귀띔했다.

 

SundayJournalUSA 리차드 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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