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로고

문재인과 홍준표-‘조공외교’는 누가 했나

한일합동군사훈련’에 선뜻 동의한 홍준표야말로 ‘조공외교’의 상징

김종철 칼럼 | 기사입력 2017/12/27 [10:09]

문재인과 홍준표-‘조공외교’는 누가 했나

한일합동군사훈련’에 선뜻 동의한 홍준표야말로 ‘조공외교’의 상징

김종철 칼럼 | 입력 : 2017/12/27 [10:09]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과 제1야당(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는 같은 날(지난 12월 14일) ‘국제외교’를 위해 출국했다. 전자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국빈으로 초청받아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에 갔고, 후자는 일본 총리 아베 신조와 회동하러 2박3일 계획으로 도쿄에 간 것이었다. 한국의 모든 매체들은 문재인의 방중외교를 날마다 대서특필했는데,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가 대표하는 보수언론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진보언론 진영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그리고 인터넷매체인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등은 국빈방문외교의 그늘진 부분보다는 밝고 미래 지향적인 면을 독자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다.

 

베이징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취재하려던 한국 카메라기자 2명이 중국 공안(경찰)의 지휘를 받는 보안업체 직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터지자 보수언론은 문재인의 방중외교보다는 그 문제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조선일보는 12월 15일자에 “문 대통령 박대와 한(韓) 기자 집단폭행, 이것이 ‘중국몽’이다”라는 사설을 내보낸 데 이어 16일자에는 ‘문 대통령 방중, 대체 이게 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다. 그 내용은 국빈 방문외교 의미를 사그리 부정하는 것으로 이렇게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집단 폭행,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결례, 국빈 만찬 내용 비공개, 문 대통령의 ‘혼밥’ 등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앙일보 12월 16일자 사설(‘문 대통령 방중이 외교 참사로 기록되지 않으려면’)은 “성과 없이 중국 입장만 대변한 ‘4대 원칙’ / 중국에 대한 환상 접고 한ㆍ미동맹 굳게 해야”라는 중간제목을 달고 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사설(‘중(中) 국제사회 가치 공유 못하면 누가 함께 가겠는가’)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언제까지 중국에 헛된 기대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지내야 하는 ‘운명적 동반자’일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상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우리와 지향하는 가치가 같은 ‘진정한 동반자’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2월1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언론은 베이징공항에서 문재인을 영접하러 장관이나 차관이 아니라 차관보급이 나온 사실, 청와대가 공개한 중국 방문 일정에 열 끼 식사 중 중국 측 인사들과 하는 것은 두 끼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고의로 그를 홀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문재인 내외가 베이징의 서민식당을 찾아가 보통사람들과 어우러져 식사를 하는 것조차 ‘혼밥(혼자 먹는 밥)’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정작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위층 지도자들은 문재인과의 회동에서 파격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진보언론의 12월 15일자 제목들만 보아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ㆍ 한ㆍ중, 경제ㆍ무역 소통채널 재가동 합의 … 사드 보복 풀렸다(한겨레)
ㆍ [문 대통령 국민방문] 리커창 “협력사업 재가동” … 사드 보복 철회 사실상 공식화(경향신문)

 

특히 문재인과 시진핑이 12월 14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북한ㆍ미국의 정면 대결로 ‘전쟁 위기’까지 언급되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데 한ㆍ중 양국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두 정상은 “북 핵ㆍ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통상적 표현 수위를 훌쩍 뛰어넘어 한반도에서 전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한국과 중국이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던 한국이 대등한 교류ㆍ협력 관계를 복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2월14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아베 총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일본 정부 인터넷TV


문재인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가진 이튿날인 12월 15일 오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는 일본 총리 관저에서 아베 신조와 단독 회동을 했다. 조선일보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홍준표는 아베에게 “한ㆍ미ㆍ일 자유주의 동맹을 맺어서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 동맹에 대항하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단호하게 밝힌 ‘한ㆍ미ㆍ일 동맹 불가’를 뒤엎자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는 제안이다. 아베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ㆍ일 군사훈련을 일본 상공에서라도 했으면 좋을 텐데 그것을 한국이 안 하겠다고 해 아쉽다”며 한국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건에 대해서도 “한국이 신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한국과 일본이 합동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아베와 회동을 마친 뒤 한국 기자들을 만난 홍준표는 “한ㆍ일 군사훈련에 우리 당은 찬성”이라고 밝혔다. 홍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의 방중은) 국격을 훼손했다. 황제 취임식에 조공외교를 하러 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정진석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의 방중외교에 대해 “삼전도의 굴욕이 떠오른다”며 “한국 외교의 대참사다. 대중 굴욕외교의 민낯을 보고 치가 떨려 잠을 잘 수 없었다”고 썼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조공(租貢)’은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 또는 그 예물”을 뜻한다. 홍준표는 문재인이 이번 국빈방문 외교에서 ‘종속국’의 수장으로서 ‘종주국’의 최고 통치자인 시진핑에게 어떤 ‘예물’을 바쳤다고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한국사회의 대다수 국민은 물론이고 중국의 공직자들이나 많은 인민이 보기에도 대한민국은 지난해 10월 말에 시작된 촛불집회로 단 한 건의 구속자도 폭력도 없이 세계 역사상 보기 드문 명예시민혁명을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소산이라는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제1야당 대표 홍준표는 그런 사실을 아예 모르는 듯이 대한민국 국가원수의 중국 국빈방문을 ‘조공외교’라고 헐뜯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우두머리 아베가 제안하는 ‘한ㆍ일 합동군사훈련’에 선뜻 동의한 홍준표야말로 ‘조공외교’의 상징이 아닐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나라당을 이끌던 박근혜는 일본 돈 10억 엔을 받는 대가로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를 없던 일로 하기로 아베와 합의했다. 아베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역사교과서에 싣게 했다. 아베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 선언을 한 뒤 도쿄에 설치된 극동사령부(일명 맥아더사령부)가 ‘1급 전범’으로 판정한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인데,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서 저지른 온갖 만행과 수탈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국가’로 가는 길로 치닫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16일자 일부 언론에는 아베와 회동하기 직전 홍준표가 머리를 조아리며 그와 악수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아베는 뻣뻣한 자세로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지각 있는 중ㆍ고생들이 보기에도 얼굴이 화끈해질 장면이다. 이런 행태를 보이면서도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은 “좌파정권을 물리치고 건강한 보수정권을 세우겠다”고 계속 주장할 수 있을까?

 

자유언론실천재단-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ㆍ동아투위 위원장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PHOTO
1/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