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청와대 출입기자단, 해체하는 게 맞다기자들은 청와대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막지 말라청와대와 청와대 출입기자단 사이에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청와대 상주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청원이 불과 며칠사이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각 언론사에서 파견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문제의 발단은 청와대 출입기자 간사단이 청와대에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미디어오늘은 최근 ‘청와대 기자들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뿔난 이유’ 기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 간사단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면담한 결과를 공지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 주요 내용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관련기사 : 청와대 기자들이 뉴미디어비서관실에 뿔난 이유
“기존 보도 환경 등을 감안해 뉴미디어비서관실의 자체 콘텐츠 제작 배포 시 반드시 사전 공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송간사단도 사전 공지만 철저히 지켜진다면 뉴미디어비서관실의 업무영역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개인 실수로 공지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화해줄 것도 함께 요청했다.” 결론은 서로간 합의에 이르렀고 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와대출입기자단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됐고 12월까지 한달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청와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체 제작한 영상과 뉴스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출입기자들은 보안 등의 이유로 취재를 불허해놓고 청와대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현장 모습을 내보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방송사는 심지어 자신들의 취재영역을 침해당했다는 피해의식마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주장은 타당하며 이는 존중돼야 하는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취재보도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어느 언론사도 가만히 있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며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출입기자들이 진실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가 설득력을 갖는다면. 그러나 일의 순서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과의 다양한 직접 소통을 위해, 소통창구의 다변화 일환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려는 시도에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청와대출입기자단은 먼저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던가. 사자방 비리라는 총체적 난국과 권언유착이라는 비리 의혹에 대해 무슨 문제를 제기했던가.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분으로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자기 홍보에 나서며 신문과 방송을 홍보수단 정도로 삼았을 때 어떤 태도를 보였던가.
이 전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측근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언론현장에서 장기파업과 해고 등 난장판이 일어날 때 배후조종역할을 한 청와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한 일이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이 방송사와 신문사 등 모든 언론사와 일체 소통을 거부했을 때 국민 알권리를 내세운 적이 있던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에 국민을 대신해서 무슨 요구를 했나. 심지어 대통령이 어렵사리 기자회견을 해도 제대로 질문하지도 못했고 질문 받지 않아도 항의조차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기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대통령과 포옹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권언유착을 해도 이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나하는 낭패감을 주기까지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이 기존 방송사와 신문사를 제치고 극우성향의 인터넷 매체를 콕 찍어 단독인터뷰를 할 때 공영방송사나 거대신문사들 그리고 청와대출입기자단은 무슨 항의를 했던가. 그때는 왜 국민의 알권리조차 내세우지 못했던가. 한목소리로 부당한 권력행사에 항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기자단이 아니던가.
원래 한국의 출입기자단은 일본의 기자구락부에서 파생돼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의 가쓰라 타로라는 총리가 ‘돈, 술, 여자’ 향응으로 기자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자들은 기자구락부를 만들어 특혜집단으로 변했다. 그러나 일본은 기자구락부의 폐해를 극복했지만 한국의 기자단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며 여전히 부분적으로 존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권력 감시, 견제는커녕 홍보에 열올려 결국 파면당하도록 한데 대해 직간접적 책임을 먼저 느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에 따른 사과나 해명 없이 새정부가 들어서니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청와대출입기자단이 새로운 국민소통방식에 문제를 걸고 나서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
‘갑질’논란을 야기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요구는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호소력이 없다. 사회정의는 사라지고 권력의 편에서 권력의 목소리나 대변하며 배타적으로 청와대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은 청와대기자단 해체요구로 번지고 있다. 언론인에게 취재편의를 제공하는 기자실은 필요하겠지만 청와대가 기밀을 요하지 않는 ‘모든 공공정보는 공개한다’는 원칙을 실행한다면 굳이 청와대출입기자단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대착오적인 출입기자단은 해체하는 것이 순리다.
또한 정보전달을 기존 언론사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언론사 편의대로 정파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에까지 뉴스를 의존, 소비하던 미디어 환경은 변했다. 뉴미디어의 발달에 보조를 맞춰 다양한 형태로 국민과의 소통력을 높이는 노력이 기득권세력의 반대에 부딪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출입기자단의 해체와 출입처 의존방식에서 벗어나는 탈관변취재를 기대한다. 청와대는 공공정보를 보다 폭넓게 공개하여 밀실주의 비판에서 벗어나 굳이 출입처에 가지 않더라도 공공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보완적으로 브리핑제도를 활성화하기를 바란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cykim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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