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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복지' 희소식, 그리고...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제언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 기사입력 2017/05/17 [00:18]

'문재인표 복지' 희소식, 그리고...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제언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 입력 : 2017/05/17 [00:18]

대통령 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세상이 달라진 것 같다. 새 정부의 첫 번째 총리 후보자 발표부터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 임명까지 매일 뉴스를 보는 것이 즐거워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던 보훈처장의 사표를 받았고, 국정 교과서 추진은 즉시 중지되었다. 인양된 세월호에서는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유해가 발견되었고,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추모의 댓글을 달았다. 

대통령이 직접 인천공항에 찾아가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들부터 올해 내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내 차례는 언제 오는지를 기대하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보고하고, 4년 넘은 낡은 등산복을 입고 기자들과 등산하고, 커피를 들고 참모들과 산책하면서 회의하는 모습이 방송된다. 일본 군 위안부 굴욕 협상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고 일본 총리에게 선언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듣고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의 당사자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살아나는 것 같다. 

들려오는 소식 하나 하나가 통쾌하고 속이 시원하다. 장관 후보자 발표를 포함하여 이번 주에는 어떤 새로운 소식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그저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인데 그렇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국민의 열망 

 

ⓒ더불어민주당


대형 서점에는 당선된 대통령의 공약집이 동이 났다. 서점 직원에게 문의하니 주문을 해도 물건이 없어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올 정도로 인기가 있다. 지난 선거에서 후보자 자격으로 국민에게 제시한 메뉴판인 공약집을 보면서 코스 요리를 주문한 손님이 다음에는 무슨 음식이 나오는지를 기다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앞으로는 그동안 추경에 소극적이던 기재부를 압박하여 81만 개의 공공 부문의 일자리 만들기가 곧 시작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5세 미만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월 10만 원의 아동 수당이 지급될 것이고, 3년 이내에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도 단계적으로 30만 원까지 인상될 것이다.  

누리 과정에 대한 비용 부담을 두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다투는 일도 없어진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올해 연말부터는 불안하게 국회의 예산 처리를 지켜보던 일도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전체 보육 시설의 40%를 국공립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이 또한 아이 키우는 데는 좋을 것이다.  

1수업 2교사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 아이가 잘 못하는 과목의 과외를 시켜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또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고 특목고와 자사고의 구분이 줄어들면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도 감소할 것이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공약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되면,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고, 부모님의 간병 비용 부담으로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매달 민간 보험회사에 내던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서민 가계는 숨통이 약간 터일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 부문부터 시작해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 추진되고 비정규직이 줄어들면 취직 걱정으로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일도 감소할 것이다. 재벌 개혁이 얼마나 세게 추진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은 상당 부분 줄어들어 기업하는 사람들도 숨쉬기가 조금 나아질 것이다.  

해마다 17만 호의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한다고 하니 젊은이들은 집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다. 임대차 계약 자동 갱신 제도와 임대료 인상 상한제 등이 시행되면 주거비 부담도 많이 완화되고 주거 불안도 줄어드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복지 개혁 위해 더 부담할 준비됐나?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쉽지 않다. 정확한 현실은 이제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 것이다. 새 정부가 당면할 어려움은 중국과 미국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국제 관계의 문제뿐 만은 아니다. 어려워진 내수 경제와 악화하는 수출 상황, 그리고 조선과 해운 산업 등에 대한 대책 마련과 새로운 주력 산업의 육성과 발굴 외에도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4명의 후보들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의 공약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들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 과정의 이합집산으로 자유한국당이 107석으로 다시 커졌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개혁 정책 발목잡기를 계속할 것이다. 사실상 이미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야당들의 협력을 얻는 것도 과제다.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개혁적인 것도 아니다.  

언론 상황도 그대로다. 단순히 새로 인선될 내각에 대한 문제 제기 수준이 아닐 것이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라는 언론의 기본을 지키기보다는 '건수만 있다면'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각 분야의 기득권 세력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근본적으로 '소득 주도 성장'이나 '복지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에 대한 거부나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한 반대는 신념의 수준으로 내면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재벌 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정책들에 대해서는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재벌 개혁이냐"라고 비판할 것이다. 비정규직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각종 노동 개혁 정책들에 대해서는 역으로 '중소기업 죽이기'라고 매도할 것이다. 

기존의 정책과 체계가 유지되는 것이 더 좋은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당한 기득권이라도 당장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자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를 거부하고 저지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겨우 대통령 한 명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새 정부의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계를 넘어 실제로 각종 복지 공약들이 또 다시 후퇴, 축소, 또는 왜곡되지 않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극소수 계층들만 대상인 '종합부동산세'를 세금 폭탄으로 규정짓고, 월세 방에 거주하면서도 부자들을 옹호하는 신문 기사를 자신의 신념인양 이야기하던 가난한 택시 기사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각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적극적인 사회 개혁 정책들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약간의 규제를 더 받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한계 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런 약간의 추가적인 규제나 부담도 당장 추가적인 지출을 의미하고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대가나 보장 없이 이런 부담을 감내하고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여전히 힘과 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은 개혁에 저항할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26%의 사전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의 기대가 높고, 매일 쏟아지는 새 정부의 개혁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는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약간이라도 더 '부담'을 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증세, 우리 사회 각종 문제 푸는 마중물  

물론 새 대통령이 하기 나름이다.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개혁 정책을 밀어 붙이고, 유능한 비서진들이 세밀하게 준비해서 정책을 구체화하고, 내각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관성 있게 개혁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이 동의하고 동참해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음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약간 더 부담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혜택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국민은 이를 수용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비전과 논리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근거가 애매한 개념을 넘어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복지국가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도 할 수 있다'를 넘어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들겠다'는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희망을 주어야 한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노후 보장 등 국민이 불안해하는 각 분야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바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를 위한 국민의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책과 제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재산과 소득의 양극화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규제는 곧 기득권의 해체이고, 증세는 곧 다수 국민에 대한 배분이 된다. 막힌 혈관이 뚫려야만 온 몸으로 혈액이 돌아가듯이 증세는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이 풀려가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새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촛불은 여전히 유용하다. 대한민국은 촛불 혁명의 힘과 정신을 여전히 필요로 한다. 우리 국민에게 내가 부담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증세 등으로 인한 약간의 부담을 감수하고, 규제로 인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대한민국을 공공성 높은 복지국가로 바꾸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에 힘을 보태는 게 필요한 때다. 우리는 이제 중요한 한 걸음 내딛었을 뿐이고, 복지국가를 향한 거대한 진군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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