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나라인 건 분명하지만 차이도 참 큰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배관공 하나만 봐도 그렇다.
최근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학업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다면 (명문대 진학보다) 배관공이 최고의 직업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됐었다. 명사의 발언이어서인지 미국은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다뤘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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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에 진학하면 매년 5만~6만 달러(약 5500만~6600만원)를 학비로 내야 하지만 배관공으로 일하면 그 돈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배관공 업무는 자동화나 컴퓨터로 대신할 수가 없어 미래에도 경쟁력이 있으며, 어느 정도 숙련만 되면 고수익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2012년 통계로 볼 때 뉴욕 배관공 연봉은 기본급에 초과근무 수당을 더해 20만 달러(약 2억2000만원)가 넘었다.
그렇다면 한국 배관공의 실상은 과연 어떨까? 지난 19일 울산시 중구 반구동의 한 주택 2층에서 젊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오랜 기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찾아온 남편의 친구에 의해 발견됐는데, 번개탄을 피우고 동반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5세인 남편의 직업은 일용직 배관공이었다. 현장에서는 ‘많은 빚을 졌다’, ‘죽어서도 함께 있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들이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모든 배관공들의 삶이 다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 역시 배관공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생활고로 인한 자살, 특히 일가족 동반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에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소위 ‘세 모녀 사건’은 참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세 모녀는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긴 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끝내 목숨을 끊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죽하면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는가.
최근 들어서도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자 국회는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아 있던 ‘세 모녀 법’을 부랴부랴 통과시켰으나 시켰으나 부실덩어리라고 한다. 국회의원 나리들이 밑바닥 인생의 고통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르긴 해도 여론에 못이겨 흉내만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며칠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 말이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난달 2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민주연합(IDU) 당수회의 기조연설에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혁신위를 가동했다. 혁신은 실천이고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혁신하겠다.”고 말하고는 이어 “국민의 행복과 삶을 높이려면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 대표에게 한번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이 과연 ‘국민 행복시대’인가. 또 새누리당 집권하면 과연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인지. 젖먹이들 우유값 갖고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주제에 무슨 ‘국민행복 시대’를 입에 담는가. 참으로 가소롭고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필자-정운현, http://durl.me/4pm5k